메뉴판에 김밥 가격이 비싸서 놀라고, 먹어보면 김밥 가격이 너무 싸서 놀라는 집.
'광판팔뚝김밥 인천공항점'
영업시간 - 오전 8:00~ 오후 7:00
매주 1,3주 월요일 휴무
인천공항 주변에 들를일이 있어서 다니러 가면서 바람이나 쐬자며 어머님을 모시고 나갔다. 그런데 날씨가...
뭘 이런 우중충한 하늘인지... 눈이 오려나... 하는데 어느새 팔랑팔랑 한가닥씩 눈이 내리기는 했다. 금방 날아가버렸지만. 지나가는 길가 언덕 꼭대기에 노란 집이 보이는데 김밥 집이라고 쓰여있길래 무심코 들어갔다.
인생 김밥집이 될지는 모르고...
개업한지 얼마 안 된 듯 여기저기 화분들에 이름이 넘실거렸다. 원래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집 좋아한다.
깨끗하고, 신선하니까.
김밥만 팔기에는 조금 아까운 인테리어다.~ 했더니 역시나 커피도 파는 곳이다. ㅎㅎㅎ
하여간 그래서 첫 인상은 깨끗했고, 예뻤고, 비쌌다.
헐~ 김밥 한줄이 4,300원이라니. 그게 비하면 또 다른 메뉴들이 오히려 싸다. 애매하네~~
분식집 들어가서 이렇게 오래 고민할 일인가....
뭔가 맛집 포스가 있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매워야 맛있는 나 VS 매운 건 못 드시는 어머님.
비싼 김밥 VS 그렇지 않은 다른 메뉴들
언제나 메뉴선정에 진심인 나.
그래, 다 먹고 남겨서 싸가자!! 저녁 하기 싫은데 잘됐다.
왠지 그냥 맛있을 것 같아서 김밥을 종류별로 네 줄을 시키고 매운걸 못 드시는 어머님을 위해서 로제 떡볶이라는 걸 한번 시켜봤다.
기다리는 동안 바깥을 보니 인천공항이 보인다. 비행기가 들락거린다. ㅎㅎㅎㅎ
영종도는 이런 매력이 있구나~ 이곳엔 공항 뷰가 있다.
"니가 우리애들 불렀냐?"
무서운 김밥들이 나왔다. ㅠ..ㅠ
'한입만'연습용 김밥이냐. 재료들이 줄줄 흘러나온다.
음식 나오는 동안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팔뚝보다 두꺼워서 '광판팔뚝김밥'이라더니... 그렇구나...
내 팔뚝이 만만한 팔뚝이 아닌데... 이 두께를 진심으로 재료를 꽉 채워서 만들었네...
살짝 톡~하고 건드려주는 매콤한 맛, 멸치 김밥. 역시 매워야 맛있는 내 입맛엔 멸치 김밥이 제일 맛있었다. 엄청 맵지는 않다. 그냥 살짝 매콤하다.
매운 거 좋아하지 않으시는 어머님은 노랑 진미김밥이 제일 맛있으셨다고 한다. 담백하고 살짝 달짝지근한 맛이다.
브로콜리 너무 좋아하는 나. 게다가 이게 얼마 만에 먹어보는 베이컨이냐. 꼬숩다~~~~
떡이 그냥 떡이 아니라 떡 자체에 양념이 되어있는 거 같다. 저렇게 뭔가 알알이 박혀있다.
매콤한 멸치 김밥을 저 로제떡볶이 국물에 푹 담갔다 먹으니...
아 꼬숩고 매콤하다~~~ 매콤한데 꼬쑵다~~~
맛있다~~~
갠적으로 '로제떡볶이'가 약간만 뻑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약간 '로제 국물 떡볶이' 느낌인데 조금 더 껄쭉한 양념이면 10배 맛있었을 맛이다.
양이 너무 많아서 ㅎㅎㅎ 김밥은 반도 못 먹고 결국은 집에 싸가기로 하고,
옆에 한 꼬치에 천원짜리 어묵 두 꼬치를 시켰다. 국물도 땡기고 옆에 꼬치가 자꾸 눈에 거슬려서. ㅋㅋㅋㅋ
세상에 어묵꼬치 옆에 앉아서 어묵꼬치를 안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어묵 꼬치도 참 이쁘게도 꽂았네~
이래서 개업 집을 좋아한다. 모든 정성을 다하는 게 보여서.
부른 배를 접지도 펴지도 못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김밥을 세 조각씩 먹었다.
오늘 아침도 김밥을 세 조각씩 먹었다. ㅎㅎㅎㅎㅎㅎㅎ
김밥 네 줄에 로제떡볶이 하나, 그리고 꼬치어묵 2개를 먹고 25,200원을 내고 왔는데 셋이서 세끼를 먹었다.
마음씨 좋은 우리 어머님은 "이렇게 팔아서 남겠나~"하신다.
그렇지 않아도 겨우내 집콕 중이신 친정부모님 모시고 어디 산책이라도 다녀와야지... 하던 중인데, 날씨가 좀 좋아져서 하늘이 맑은 날이 오면 엄마 아빠 모시고 한번 다녀와야겠다. 비행기 뜨고 내리는 것만 봐도 행복해하시는 엄마 아빠에게 '인천공항 뷰'인 맛집만큼 좋은 데가 없을 것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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