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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책

삼다수 숲길

by 교양중년 개복치씨 2021.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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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가 보면 잊을 수 없는 나만의 숲길 '삼다수 숲길'


여러 곶자왈, 여러 숲길이 있지만 '삼다수 숲길'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자림 숲도 너무 좋지만 거긴 줄 서서 걸어야 하고, 사진을 찍으려면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사려니길은 도대체가 들어갈 수도 없이 사람이 항상 넘쳐난다. 너무 예쁘고 좋으니까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나만의 숲길을 찾았다. 사람이 많아봐야 1시간 반, 숲을 도는 동안 서너 팀이나 만날까. 오늘은 12월 인 데다가 날씨고 우중충하여 정말 단 한 팀도 만나지 않고 산책을 마쳤다. 마스크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쭉 길게 늘어선 삼나무 길이 보인다.

그냥 입구에 가서 저 의자에만 앉아있다가 와도 좋은 곳이다.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 곳이다. 

 


길 입구에 있는 지도를 보면 코스가 3개로 나뉜다.

1. 1코스

꽃길 약 1.2km (30분 소요)
숲길입구 풀발 -> 붓순나무 군락지 -> 목련 자생지 -> 숲길 입구 도착

2. 2코스

테리우길 약 5.2km (1시간 30분 소요)
숲길입구 출발 -> 목련 자생지 -> 붓순나무 군란지 -> 아아용암 단면 -> 제주조릿대 길 -> 삼나무 조림지 -> 숲길 입구 도착

3. 3코스

사농바치길, 사냥꾼 길 약 7.8km (2시간 30분 소요)
숲길입구 출발 -> 목련 자생지 -> 붓순나무 군란지 -> 아아용암 단면 -> 잣성 -> 노릿 물 -> 편백나무 군락지 -> 삼나무 조림지 -> 숲길 입구 도착

주로 2코스를 돌아나온다. 어른들을 모시고 갈 때 1코스를 돌아 나오는데 이쁘기는 1코스가 진짜 이쁘다. 짧고 굵은 코스랄까? 하지만 2코스가 적당히 운동도 되고, 이것저것 볼 수 있어서 좋기는 하다. 3코스는 아직 안 가봤다. 뭔가 초콜릿 간식이라도 들고 가야 할 것 같은데 한 번도 준비해 간 적이 없어서 매번 2코스에서 돌아온다. 오늘 걸어보니 만보에서 몇 발자국 모자랐다. 딱 하루 코스의 운동량이다.


생각보다 쉼터는 많지 않다. 길을 걷는 동안 중간중간 마른 물길도 나오고, 나무들의 높이도 변하고, 배경음악은 까마귀의 까악까악. 그럼에도 너무나 쾌적한 숲 특유의 찬 공기. 오늘 날씨가 우중충해서 사진이 좀 음침하게 나왔지만 가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햇살 하나 들어오지 않는 깊은 나무숲에 남편과 단 둘이 걸어도 전혀 무섭거나 음습하지 않은 그냥 진짜 숲길이다. 게다가 보기와 달리 찻길도 가깝다. 귀를 기울여보면 간간히 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린다.

 


교래리
교래리는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로 서귀포와 제주시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교래리라 불렸다고 한다. 지금도 동쪽으로는 송당, 남쪽으로는 서귀포, 북쪽으로는 제주시를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교래리에서 장사하는 사람 치고 건물 새로 올리지 않는 집이 별로 없다. 그만큼 유동 인구가 많다는 뜻일 거다. 제주에서 제일 작은 '리'가 교래리 이기도 하다.

교래 삼다수 마을
교래 삼다수 마을은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었다. 교래 삼다수 마을에는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교래 곶자왈, 교래리 퇴적층, 맨틀 포획 암, 돌문화공원. 산굼보리 등이 위치해 있다. 이곳은 생태학 측면에서 삼나무 숲길을 중심으로 희귀 식물 (붓순나무, 황칠나무) 군락지가 있으며, 다양한 생물들이 공중하고 있다. 역사 문학적 측면에서 본향당과 산마장, 잣성, 사냥터 등의 유적지가 분포하고 있다. 교래 삼다수 마을의 가치는 삼다수 숲길을 걸으며 느낄 수 있다.

 


봄에는 파릇파릇함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산수국이 흐드러지게 피는 삼나무 길을 걸을 수 있고. 가을에는 단풍이 화사하며. 겨울에는 천남성을 볼 수 있다.
천남성이라는 풀은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주로 볼 수 있는 옥수수 모양의 붉은색 열매인데 예로부터 사약에 쓰이는 약재였다 하니 함부로 손대지 않아야 한다. 혹시라도 손을 댓다가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고도 하니 멀리서 바라만 보자. 겨울 숲길에서는 온통 잿빛인 와중에 홀로 빨갛게 피어있는 천남성 한 송이씩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도 천남성을 발견할 때마다 꺅꺅 거리는 날 보며 남편은 ‘저라다 언젠가 따먹지…싶다’라는 말을 했다. ㅋㅋㅋ 숨은 그림찾기처럼 그냥 보는 게 좋다. 오늘처럼 해도 모두 가려진 숲 속에 홀로 빨갛게 피어있는 녀석이 너무 이쁘다.  


야자매트를 깔아놓은 것과 길을 알리는 리본을 매어놓은 것 외에는 쉼터도 거의 없이 야생에 가까워서 좋아했던 곳인데, 뭘 자꾸 하네…
무언가 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있는 그데로가 너무 좋다. 가보면 안다. 얼마나 좋은지.


죽은 나무 밑둥에 버섯이 자랐다. 바닥만 보지 않고 사방을 둘러보며 숲길을 걸으면 버섯은 많이 볼 수 있다. 가끔 높은 나무 머리 쪽에 목이버섯이 있기도 하다. 티브이에 나오는 비싼 버섯은 아직 본 적 없다.


나뭇잎이 길을 많이 덮었다. 길이 완전히 엎여있으면 발로 낙엽을 살살 치워보면 야자매트가 깔려있는 곳이 길이다. 혹시 그래도 어느쪽이 길인지 헷갈리면 어느 나무엔가 매어져 있는 빨간, 주황색의 리본을 따라가면 된다. 숲에서 부스럭 소리가 잘 난다. 대부분 꿩이지만 위에 사진처럼 곰일 수도 있다. ㅎㅎ

 


말 농장들이 많다. 들어가며 나가며 말들이 한가롭게 풀뜯어 먹는 걸 볼 수 있다. 대체 뭘 저렇게 하루 종일 뜯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다.

안내문에 버스정류장 위치와 버스 번호가 적혀있어서 깜짝 놀랐다.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들어가면 삼다수 숲길에 도착하기 전에 죽는다. 꼭 차를 가져가야 하는 곳이다. 큰길에 ‘삼다수 숲길 전용 주차장’도 있다. 버스 정류장 옆이다. 안으로 끝도 없이 들어와야 한다. 숲길 입구 가까운 곳에 차들이 세워져 있다. 렌터카가 여러 대 세워져 있으면 눈치껏 주차하고 걸어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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