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오래되지 않아 깨끗하고 널찍한 공원이 좋은 '수원광교박물관'.
이곳에서 너무 중요한 역사적 인물을 만났다.
'광교역사공원'을 가면서 들른 '수원광교박물관'.
큰 기대 없이 잠시 지친 다리나 쉬어볼 마음으로 들어갔던 곳에서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게 되고, 존경심이 솟구치게 만드는 분을 만나게 되어서 퍽이나 이로웠던 방문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작은 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가면 '수원광교박물관'이 있다.
그냥도 한번 가볼 만한 공원이다. 새로 지어진 깨끗함과 더불어 해가 잘 들고 환한 것이 진짜 이런 곳이 명당인 건가... 싶다. 내가 뭐 풍수 같은 걸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기운이 밝다는 느낌이 드는 장소다.
사람이 많이 찾지는 않는 조용한 동네 박물관인지 몰라도, 점자로 된 안내서도 구비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박물관 직원들이 일을 잘하나 보다...'라는 인상을 받았던 곳이다. 주차는 5시간까지 무료이고 입장료도 무료다
저렴한 가격에 따뜻한 차와 간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거짓말하지 말자. 올해 먹은 커피 중에 가장 맛이 없었다. 모카라테마저...
건물 뒤로 언덕을 오를 수도 있고, 앞으로 넓은 공원을 거닐 수도 있다. 이파리가 다 떨어진 나무마저도 운치 있다.
사운 이종학.
이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광교역사공원'과 '수원광교박물관'의 이야기를 두 개로 나누었다.
너무 훌륭하신 분인데 너무 무지했던 것이 죄송스러워서, 그래서 좀 정리해 보면서 기억에 담아보려 한다.
일곱 살에 아버지를 여의어 초등학교를 끝으로 진학을 하지 못하고 농사를 짓다가 해방 뒤에 서울에서 고학을 하던 중 전쟁으로 다시 학업을 놓아야 했다. 그런 그가 얼마나 고서 읽는 걸 좋아했던지 연세대 앞에 고서점을 열었다.
이순신에 빠져 난중일기를 수백 번 읽었고 백의종군의 길을 수차례 반복해서 걸었다고 한다. 그렇게 고서적에 심취한 그는
- 일본이 이순신에게 항복했던 사적인 통영 '수항루'의 사진을 일본에서 직접 찾아내여 위치를 고증하고 건립하는데 힘썼다.
- '난중일기'의 수많은 번역 오류를 수정했다.
- '수원성 건립 200주년' 우표가 발행되자 이에 가처분 신청을 하여 배포를 막은 뒤, 수원성의 원래 이름인 '화성'을 되찾았다.
- 그리고 그 '화성'이 유네스코에 지정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 1592년 독도가 조선땅임을 일본 스스로 밝힌 '팔도총도'와 1883년 일본 해군성 수로국 발행 문서인 '환영수로지' 등을 찾아냈다.
- 독해가 '조선해'임을 표기한 일본의 고지도 20여 점을 찾아내고 2000년 '한일 어업관계자료집'도 발간해 영유권 주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 1997년 기증자료 500여 점을 바탕으로 '독도박물관' 개관.
- 2001년 3월에는 '일제의 조선 강점 비법성에 대한 공동자료 전시회와 토론회'를 북한에서 열어 일본 규탄 공동성명을 남북한 학계 최초 발표.
학교도 나오지 못했지만 역사를 좋아해서 고서점을 내시고, 역사를 공부하시고, 그 공부가 그저 공부에 그치지 않고 사료를 찾고 증거를 수집하여 행동에 옮기셔서 위에 열거된 몇 줄의 사건보다 훨씬 많은 걸 이뤄내신 분이다. 역사적 사실 앞에 이념도 개의치 않으셨던 '사운 이종학'선생님은 일본의 조선 강점이 불법이었음을 밝혀내기 위해 북한의 역사 학자들과 처음으로 하나가 되어 역사적 사실을 명백히 밝히는가 하면, '독도 수호의 사명은 남북이 따로 없으므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시며 그저 역사적 진실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치신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훌륭한 분이시다.
선생님의 생전 뿐 아니라 돌아가신 이후에도 금전적으로 이루 헤어릴 수 없이 큰 가치를 지닌 자료들을 모두 기증하셨는데, 믿고 싶지 않지만 아직 학계에서는 그를 인정하지 않고 그의 업적만 받아먹으려 한다는 말이 있다.
설마 학벌 때문은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선생님의 사후에도 남아있던 모든 자료, 남은 엽서 한장까지 모두 기증하신 선생님의 가족분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수원광교박물관'에 가면 그분에 관한 전시관이 있다. 짧은 기억력으로 옮겨보려고 해도 다 옮겨지지 않는 그분의 방대한 업적에 대해서 짧게나마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신념에 대한 행동력, 집요하다 할 만큼의 집중력을 볼 수 있다. 내가 할애한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보고 나올 수 있었다.
드라마 엄청 좋아하는데, 이분에 관한 이야기도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이렇게 많은 업적을 이루시려면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고, 얼마나 많은 노력과, 집념이 있었는지 모두들 알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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