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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집들

안양의 자랑 돈가스 명가 '에버그린'

by 교양중년 개복치씨 202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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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경양식 맛집 '에버그린', 열광하지는 않았지만 후회는 없었던 돈가스 맛집.
그런데 몇일 뒤에 다시 생각난다

1시 10분전. 에버그린 앞 대기줄. 

티브이에 너무 많이 나와서 이번 생에는 못 먹을 줄 알았는데, 근처에 간 김에 1시 즈음 가봤더니 대기가 20분. 그 정도라면 또 해볼만 하지. ㅋㅋㅋ
인덕원성당 바로 뒷편의 이면도로에 위치하고 웅성웅성 대기자들이 여기저기 서있어서 찾기 쉽다. 12시쯤 맞춰가면 주차도 어려울 듯, 주차장 찾아서 인덕원 사거리 건너까지 다녀왔는데 그래도 1시 넘으니 주차 자리가 보여서 겨우 주차했다. 대로 주차장보다는 성당 뒷면 에버그린에 가까운 공영주차장 주차가 더 쉬워 보였다.
일단 내 차례가 되기만 하면 음식이 금방 나와서 주차비가 걱정스럽지는 않다. 600원 나왔고 하이브리드라서 300원 냈다.


요새 대기줄 긴 맛집답게 기계로 대기줄을 정리한다. 다른곳과 다른 점은 미리 주문, 계산까지 끝마쳐야 대기표가 나온다는 것. 너무 빡빡하게 구는 맛집들을 볼 때는 좀 짜증이 나기도 하고, 얼마나 지쳤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조금 생기기도 한다. 하여간 손님들이 징글징글하게 왔었나 보다.
메뉴 선정이 고민이라면 고민은 접어도 된다. 메뉴가 돈가스 하나다. 10,500원.



실내로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밖에서 보던 외관과는 천지차이다. 최근에 리모델링한 듯 깔끔하고 넓었다. 예전에 티브이에서 봤을 때랑은 완전 다른 분위기다. 주방도 완전 오픈형이었는데 돈가스 튀기는 냄새가 고소했다. 기름 쩐내 같은 건 하나도 없이 주방도 홀만큼이나 깨끗해 보였다.


주문이 되어있으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돈가스가 빵, 수프와 함께 나온다.
나머지 밥과 샐러드, 김치와 단무지는 자유배식 코너에 가서 준비되어있는 비닐장갑을 끼고 알아서 떠다 먹으면 된다.

그런데 돈가스 맛집에 웬 밥이 이렇게 예쁘지? ㅎㅎㅎㅎ 밥에 윤기가 자르르르 특급 쌀이다.
밥으로 승부하시면 이건 반칙인데~
밥 맛있다.

수프

크림수프 베이스에 야채수프다. 맛있다. 직접 하시는구나...
롯데호텔 조식에 가도 먹어볼 수 없는 맛이다. 은은하면서 맛있다.

아니 뭐 이런 집이 다 있지? 돈가스집에 돈가스만 맛있으면 됐지 돈가스 손도 대기 전에 이미 다른 게 다 너무 맛있다. 막 구워서 내놓은 듯한 이 따듯하고 말랑하고 촉촉한 빵맛이라니. 빵집이야?

깍두기

돈가스집에서 나오는 깍두기는 그냥 돈가스 튀김의 느끼함만 잡아주는 역할 아니었나?
맛있다. 대충 버무려서 실온에 놓아 억지로 익힌 업소용 깍두기가 아니라 진짜 김치 깍두기다.

돈가스

매번 맛집에 가면 먹는데 급급해서 사진을 잘 못 찍어 오는데, 그래서 오늘도 못 찍었는데 ㅋㅋㅋ 돈가스 튀김옷이 돈가스와 분리되지 않는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ㅎㅎㅎ 돈가스를 먹다 보면 튀김옷이 벗겨져서 소스와 섞여 너저분해지는 일이 가끔 있는데 이 집 튀김옷은 돈가스 고기에 꼬~옥 붙어있다. 살짝 달짝지근한 소스에 찍어먹는 돈가스는 돼지고기 잘 모르는 내가 먹어봐도 고기가 좋다. 들어올 때 주방에서 보았듯이 기름 쩐내 같은 게 전혀 없다. 일본식 돈가스만이 진짜 돈가스인 것처럼 구는 요즘에, 진짜 옛날식이라고 해야 하나 원조 독일식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어릴 적 먹던 그 맛의 약간 고급 버전이다.

총평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밥과 수프와 깍두기에 비하면 오히려 돈가스 맛은 일반적이다.
앉자마자 돈가스와 빵과 수프가 한 접시에 나오고, 직접 가서 양에 맞게 밥을 푸고, 채 썰어놓은 양배추와 양상추 샐러 드위에 드레싱을 알맞게 뿌리고, 깍두기와 종잇장처럼 얇게 잘라진 단무지를 들고 와 하나씩 맛보는데 돈가스를 먹기 전에 이미 얼마나 고급스러운 재료로 하나하나 정성껏 준비한 음식인지 감동이 온다. 이래서 맛집인가보다.

맛있기는 쉽지만 그 맛과 청결과 서비스를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는 걸, 망가져버린 많은 맛집들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집은 오래되었는데도 그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은 것 같아서 진짜 손뼉 쳐주고 싶다.
미치게 맛있어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하나 맛이 있고, 좋은 재료였기에 돌아서면 생각나는 그런 맛, 분명 다시 찾아가야 할 맛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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