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맛집 지도가 빛을 발하는 순간, 일산 맛집 찾아!!! '박승광 최강 해물 손칼국수'가 당첨되었다.
80이 한참 넘으신 엄마, 아빠를 모시고 파주 '지혜의 숲'으로 나들이 가던 날,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우리도 좋아하는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다른 리뷰 블로그들을 찾아보니 100년만 영업했으면 좋겠다는 맛집이었고, 오래간만에 해산물 먹을 생각에 룰루랄라 나는야 먹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인간인 것이 자랑스럽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로 가니 입구에도 칼국수 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간다. 약간 고갯길에 있는 '박승광 최강 해물 손칼국수'집. 글자 수 엄청 챙겨주시는 맛집이로구나. ㅋㅋㅋ 주차장은 넓은지 1시 넘어갔는데도 식당 안은 사람으로 가득했지만 여전히 주차공간은 있었다.
입구에서 QR코드와 백신 접종여부를 모두 확인하시는데 부모님 핸드폰에 깔린 게 없어서 무척 당황했었다. 동네에서는 그냥 수기로 작성하고 들어가시다 보니 서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부분이라 엄마 아빠는 적겠다고 하시고, 식당 주인분이신듯한 여자분은 일일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셨다. 물론 아주 친절하셨고, 그저 나라에서 시킨 일을 잘하고 계신 것뿐이었다. 당황은 그냥 온전히 내 몫이었다. 식당 문 앞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때부터 엄마, 아빠 핸드폰에 앱을 깔기 시작하는데 당황해서 자꾸 버벅대지고, 아빠 핸드폰은 배터리가 없고 엄마 핸드폰은 업데이트가 안되어서 앱이 안 깔리는... 하~ 다행히 일단 자리에 앉으셔서 드시면서 천천히 하시라고 해주셔서 밥 먹으면서, 사진 찍으면서, 업데이트하면서, 앱 깔면서... 아빠 핸드폰 충전도 해주셨다. 시어머니 핸드폰 업데이트는 발딱 발딱 하면서 엄마, 아빠 핸드폰은 백신 접종 앱도 깔려있지 않다는 것에 조금 창피하고 많이 미안했다.
아빠가 식사하신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해물 파전을 먹을까 싶어서 해물칼국수 13,000원짜리 세 개를 시켰다. 전복과 새우는 1인당 1마리인 것 같았다. 일단 칼국수 없이 해물만 가득 들어있는 냄비가 나왔다. 흥분 게이지가 마구마구 상승한다. 엄마, 아빠는 좋아하시는 칼국수 먹으러 왔는데 잘 씹히지 않는 오징어와 해물만 가득한 냄비에 조금 당황하신듯. ㅋㅋㅋ 칼국수도 나올 거예요~
김치는 아예 처음부터 안 주신다. 알아서 가져다 먹어야 한다. 김치는 그냥 김치였다. 아침에 담근 겉절이라는 건 알겠는데 '김치 먹으려고 이 집 칼국수 먹는다.'정도의 감동적은 맛은 아니다. 그냥 칼국수 먹을 때 옆에 있는 김치다. 청양고추를 가져다 달라고 하면 가져다주신다. 해물 끓일 때 넣어서 끓이면 좀 얼큰해질 것 같다.
해물을 전부 분해, 해체해놓고 나니 의외로 오징어 외에는 먹을게 별로 없다. ㅎㅎㅎㅎㅎ 국물도 그냥 바지락 칼국수 국물이 훨씬.... 해물이 보기보다 먹을 게 너무 없어서 14,000원 짜리 해물파전을 하나 시켰다. 방금 구워온 게 아니라 구워진 걸 데워주는 해물파전이 나왔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 하면, 기름이 눅진해서 짜면 흐를 것 같았다. 그래서 많이 못 먹었고, 여기도 해물은 오징어 몇 개가 전부였다.
이 집의 진짜 승부는 이 수타면이 아닐까 싶다. 진짜 쫀득하고 맛있었다. 왠지 모르게 국물까지 느끼한 맛에 실망으로 점점 말들을 잃어갈 때 포기하는 마음으로 칼국수 면를 넣었는데 '와~ 이래서 맛집이구나~' 했다. 칼국수 면발이 모든 실망을 아우르며 날 다시 행복의 나라로 데려왔다.
기대가 없으면 맛집이다. 하지만 넘치는 해물의 사진에 홀려서 이미 머릿속으로 내가 원하는 맛을 상상하고 들어오면 맛집은 아니다. 한국말이 능숙하든 그렇지 않든 모두들 아주 친절하셨고, 해물보다 오히려 칼국수 면이 훨씬 맛있었던 맛집이었다.
협찬을 꿈꾸기는 하지만 내 돈 내고, 내가 사 먹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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