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대부분 속초만 다녔던 것 같다. 요새 평창에 며칠씩 가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강릉 주변 가볼 만한 곳들을 찾아다니는 중이다. 원래 밤에 별이 많이 보인다던 안반데기. 낮에는 그냥 배추밭이라고 생각해서 미루던 '안반데기'에 가봤다. 와.... 정말 좋았다.
꼬불꼬불 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배추를 싣고 내려오는 커다란 트럭들과 아슬아슬한 좁은 오르막 길을 한동안 오르다 보면 그 언덕에 도착할 수 있다. 안내판에 써진데로 구름 위의 땅. 이곳에서 재배하는 배추가 맛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그 넓디넓은 배추밭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안내소 겸 카페가 나오는데 카페라기보다는 휴게실 느낌이다. 그 뒤로 광활하게 펼쳐진 모든 것이 배추다. 놀랍다.
이날도 해가 좋았고 더운 날이었는데 사이클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아마도 꼭대기 휴게실에서 차가운 공기 아래 시원한 음료 한잔 하는 꿈을 꾸며 올라왔을 텐데 휴게실이 문을 닫아서 내가 다 안타까웠다.
배추를 그냥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절임배추도 판다. 이것이야말로 고랭지 배추일 테니 맛있겠지.
끝없이 펼쳐진 배추밭. 보령 녹차밭은 비교할 수 없는 사이즈이고, 제주도 오설록 녹차밭과는 또 다른 풍경의 하늘 아래 펼쳐진 구비구비 배추밭이다. 저 멀리 커다란 풍력발전기 두 개가 우뚝 구름 사이에 놓여있는 자태도 엄청 멋지다.
잠깐씩 내려 배추밭 사이를 걸어본다. 신선한 배추 냄새가 엄청 난다. 너무나 질서 정연하게 심어져 있으니 사람들이 함부로 배추에 손을 대지는 않아서 좋다. 눈앞에 한 포기 한포기 배추가 실물로 다가오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이게 다 얼마냐...ㅎㅎ"
저 멀리 보이던 풍력발전기까지도 모두 차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언덕에 올라 놀라고, 저 언덕에 올라 감탄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주차장도 있고, 그렇게 포트 스폿도 있고, 풍력발전기 아래서 쌩쌩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도 볼 수 있다. 차로 다닐 수 있어서 어른들이나 아이들 데려가기도 좋은 강원도 하늘 아래 배추 바다 안반데기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밤에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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