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팀 버튼' 서울전에 다녀왔다. 너무너무 너무 사랑하는 예술가의 전시회를 혼자서 느긋하게 보는 일은 정말 신나고, 설레고, 즐거운 일이었다.
전시기간 2020년 4월 30일(토) ~ 9월 12일(월)
휴관일 없음 / 공휴일 정상 운영
오전 10시~오후8시
(매표 및 입장은 관람 종류 1시간 전인 오후 7시 마감)
전시공간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팀 버튼+그로테스크의 합성어인 '버트데스크'라는 말은, 몽환적이지만 기괴하고, 기괴하지만 사랑스러운 그의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다. 그의 작품들은 고개를 찌푸리기 전까지, 아주 적절한 선까지의 기괴함에서 보이는 사랑스러움이 있다. 그래서 좋아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의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아름다운 작품들에 푹 빠져 있었던 환상적인 2시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두 번째 보는 전시지만 여전히 대단하고, 감히 질투라는 감정을 내비칠 수 없을 만큼 천재적인 작품들에 그저 놀라고 추앙할 뿐, 지난 50여 년 간 그가 만들어낸 매혹적인 상상의 세계로 꼭 다녀왔으면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DDP 건물 처음 가봤는데 진짜 어리둥절할 만큼 크고, 화려하고, 쌔끈 하고, 멋졌다.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멋진 곳이었다.
꺄~~~ 이제는 뉴욕 퍼레이드의 상징이 된 '벌룬 보이'가 조금 작은 크기로 전시장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녀석이라고 한다.
입장권 성인 20,000원 / 청소년 15,000원 / 어린이 13,000원
네이버, 인터파크, 29cm 등에서 예매 가능.
입장권은 올 초에 할인된 가격으로 사전 예매소 식이 뜨자마자 인터파크에서 예매해 두었었다. 전시장 입구에 가면 인터파크와 네이버로 티켓을 예매한 사람은 티켓 교환 없이 E-티켓으로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쓰여있다. 나는 종이 티켓이 너무나 소중해서 굳이 교환했다. 월요일 낮 12시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표를 바꾸기도, 관람하기도 너무 좋았다.
전시회장이 실내라서 약간 썰렁해서 준비해 간 후드티를 주섬주섬 주워 입고 들어가는데, 입구부터 몽환적인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역시 팀 버튼.... 내 사랑...
곳곳에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처음 보는 '스테인 보이'나 '오이스터 보이'의 애니메이션 버전을 볼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잠깐씩 앉아서 쉴 수도 있다.
작품 전시는 그의 어린 시절 제작했던 동화책부터 그가 식당이나 바에서 냅킨에 그렸던 낙서들, 그리고 작은 스케치북에 그리고, 채색했던 그의 상상 속의 친구들을 아주 많이 만날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알게 된 아이들도 있고, 그렇게 냅킨 속에서만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각종 인형들과 커다란 조형물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2시간 내내 여러 가지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대단하다. 작품 설명을 들으려고 핸드폰에 '큐피커'를 깔고 갔었는데 회원가입을 안 하고 가서 전시장 입구에서 회원 가입하고 결제하고 하는 시간이 좀 걸렸다. 작품 설명을 원한다면 가기 전에 준비해두면 좋을 것 같다.
'큐피커'의 '팀 버튼' 특별전'의 큐레이션 가격은 3,000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특별히 더 근사한 설명을 듣지 못한 기분이다. 그래도 혹시 '팀 버튼'의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미리 준비해서 가는 게 좋겠다.
전시장을 나오면 역시나 기념품 가게가 있다. 사실은 전시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기념품 가게는 갈 수 있다. 퍼즐도 있고 엽서도 있고, 작은 그림액자, 핸드폰 케이스. 우산. 티셔츠, 마스킹 테이프까지 있다. 물론 피규어도 있다. 커다란 작품집도 있는데, 9만 원짜리 이 작품집은 정말 갖고 싶을 만큼 크도 두껍고, 작품도 정말 많이 수록되어 있었지만 너무 무거웠다. 혹시 이 작품집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카트라도 하나 가져가야 무사히 집에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전시장 안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어떤 블로거들이 무단으로 사진을 마구 찍어 올렸던데, 우리 진짜 그런 짓은 하지 말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다. 물론 너무너무너무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진짜 너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서 오래, 자세히 눈에 담으려 노력했다.
전시장 마지막 부분에는 '팀 버튼'의 작업공간이 세팅되어 있다. 바보 같은 얘기지만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봤다.
이번 서울전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했다는 세 마리의 외계인. 10년 전에 '팀 버튼'이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의 기억이 바탕이 된 작품이다. 당시 그는 우리와는 따로 노는 외계인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는데, 그래서 이번 전시회를 우주선처럼 생긴 DDP에서 하게 된 걸 아주 기뻐했다고 한다. 역시나 이번에도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계인들이다.
주말에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작품을 감상했다는 글들을 읽었는데 다행히 평일 낮엔 아주 적당한 수의 관람객들이 있었다. 9월까지 한다고 하니 또 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