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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영화 '파묘' 귀신 잡기

by 교양중년 개복치씨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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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묻어두는 장소'인 '묘'에 대한 사람들의 깔려있는 공포 혹은 서늘함이 있다. 영화 '파묘'에서는 이 묘를 파헤치면서 그로 인해 깨어난 과거의 무언가와 싸워 현재의 우리를 지켜내는 오컬트 영화이다. 개봉 3일만에 100만 관객을 넘었다는 '파묘'에 대해 알아보자. 

 

'파묘' 

'파묘' 줄거리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영화 '파묘' 포스터

 

 

'파묘' 감독 장재현

'광해, 왕이된 남자' 제작 당시 조감독을 맡아 한국 감성을 잘 나타내는 영화를 배우고,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직접 연출 감독한, 오컬트 분야를 아주 좋아하는 감독이다. 두 영화를 모두 보았는데, 아주 약간 모자랐던, 아직은 약간 어설펐던 한국 오컬트 영화였고, 점점 더 나아지고 있음을 기대했었다. 그렇게 '파묘'가 찾아왔다. 

 

전부 잘 알거야...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파묘' 출연진

김고은(화림)

영화 '은교'에서 충격적으로 등장하고, '도깨비'에서 세상 사랑스러운 지은탁으로 정점을 찍고도 매번 놀라운 연기력으로 드라마 배역마다 레전드를 찍고 있는 김고은이 이번에 스크린에서 무당 연기에 도전했다. '파묘'는 김고은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녀의 무당역은 서슬이 퍼렇고, 보통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세계를 넘나드는 비범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제대로 표현했다. 특히 묘를 이장하며 산에서 굿을 하는 장면은 진짜 귀신이 들었다고 의심할 만큼 강렬했다. 

 

이번 '파묘'에서 김고은이 연기한 무당 '화림'은, 한복을 차려입고 진한 화장을 한 무당의 모습이 아니라, 굿할 때가 아닌 평상시엔 가족 재킷과 긴 생머리를 한 평범하고 현대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무당이 굳이 저 너머 세상의 사람들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림'은 독립운동가 '이화림'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도현(봉길)

현재 군복무 중인 이도현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으로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 '더 글로리' '나쁜 엄마' 등 드라마에 쉬지 않고 열연해서 중견 배우 같은 느낌이 나지만 스크린은 이번이 데뷔작이다. 하지만 연기 대가들 틈에서 전혀 겉돌지 않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선배들의 칭찬을 아낌없이 받았다. 

 

이번 '파묘'에서 이도현이 맡은 '봉길'역은 '윤봉길 의사'의 이름을 사용했다. 계속 '봉길'이라고만 나오지만 중간에 '윤서방'이라는 말로 슬쩍 알려주고, 엔딩 크레디트에 '윤봉길'이라고 이름이 제대로 올라간다. '윤봉길 의사의 이름을 딴, 온몸이 문신 투성이에 꼬랑지 머리를 한  'MZ세대 무속인'. 그것이 이번에 이도현이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이다. 너무 잘 녹아 들어서 보는 내내 이도현이 아닌 '봉길'을 상상할 수 없었다. 

 

최민식(상덕)

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한석규와 함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최민식은 '올드보이'로 세계 정복을 하고 이후에도 '악마를 보았다.','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명량', '카지노'등을 통해 국내 최고 배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가 연기하면 그가 극중 캐릭터가 되고, 극 중 캐릭터가 그가 되는 살아있는 연기를 하는 최민식이 이번 '파묘'에서 맡은 역은 최고 풍수사로 독립운동가 '김상덕'의 이름을 따온 캐릭터다. 티저 영상에서도 볼 수 있는, 묫자리에 쪼그려 앉아 흙 맛을 보는 그의 연기는 또 만나본 적 없는 최고의 풍수사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유해진(영근)

'삼시세끼' 시리즈로 손재주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와 넉살 좋은 캐릭터가 강한 듯 보이는 유해진이지만 영화 '극비 수사'나 '간첩' 등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강한 역할도 잘 어울리는, 경계 없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우리들이 사랑하는 배우다. 

 

이번 영화 '파묘'에서도 그의 이름 '고영근'은, 구한말 개화파이자 을미사변에 가담한 우범선을 처단한 고영근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고영근은 ‘완전무결한 개화파&독립운동가인가’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갈리는데, 주인공 일행 가운데 속물적인 면모를 좀 더 강하게 보이는 것이 이걸 반영한 걸 수도 있다.

 

'파묘' 귀신의 정체

영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제의 사무라이 귀신의 등장은 연기력으로 중무장한 영화속에서 굳이 실체가 보이지 않았다면 더 무섭고, 더 으스스하며, 더 무겁게 다가왔을 텐데 굳이 그 모습을 드러낸 사무라이 귀신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예전부터 일제강정기때 일본인들이 한반도 곳곳에 말뚝을 박아 한반도 정기의 맥을 끊었다는 말이 있다. 영화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나오는데,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말은 일본의 음양사 키츠네(일본어로 '여우')가 사무라이 관을 세로로 박아 한반도 맥을 끊어 놓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홀려서 끌려가다가 귀신의 등장 이후부터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 한일전' 이라는 어떤 분의 리뷰가 무척 와닿는 영화였지만, 최대한 CG를 제외하고 사실주의로 소품 하나하나를 직접 준비했다던데 확실히 CG와 실사는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일단 나는 '호'에 가깝다. 영화의 한편에 '불호'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문화는 매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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