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걷기 좋은 오름
거슨세미오름
제주 사는 좋은 점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산책코스다.
남들은 꿈길에 마지않는 푸르른 숲길을 아무도 모르게, 천연덕스럽게 앞마당처럼 사용하는 자유.
너무나 좋은 비자림 길이나 사려니길만 줄 서서 걷는 자들은 모르는,
아무도 없는 숲길을 마스크 벗고 훨훨 파닥대며 걷는 길들이 무수히 많다.
그중 오늘 간 곳은 거슨세미오름.
샘이 거슬러 올라간다는 뜻이다.
제주의 모든 샘은 한라산에서 흘러 내려오는데, 이 샘만 한라산 방향으로 흐른다 하여 지어진 이름, 거슨세미오름.
제주의 지명들은 항상 아이디어가 넘친다.
걷고자 나간 게 아니라 밥 먹으러 나갔다가 배불러서 산책한 거라서 신발이 불편했다. 그래서 오름 정상은 오르지 않고 둘레길만 걸었다.
약 7000보 정도의 40분~ 1시간 정도의 코스다.
사진도 찍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샘물도 마시고, 세 번 즈음 마주친 사람들도 살짝 피해 주고 하면서 즐기며 걸으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점심 후 산책으로 아주 깜찍한 코스다.
대체 평상은 누가 준비한 거야? 너무 사려 깊은 거 아냐?
대체 이런 길을 두고 왜 주차하기 힘들고 사람 많은 곳들에 굳이 왜들 모여서 걷는 거야?
후훗~
도민의 여유~
간간히 길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것 같은 곳이 나온다. 비자림 길이다.
우리밖에 없다.
날은 선선하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내리고,
천남성은 이제 막 피어나 겨울을 기다리고,
걷는 동안 보이는 작은 버섯들을 보며 독버섯인지 아닌지 상상도 해보고.
드디어 한라산을 거슬러 올라가는 샘물을 만나면 누군가 친절하게 달아놓은 바가지로 한 바가지 목도 축이고.
나무에 핀 콩난이 어디까지 핀거야~?
이끼들 구경도 한참 하다 보면,
숲길의 출구가 보인다.
저 멀리 목장과 소들의 꼴들을 모아놓은 마시멜로우도 줄지어 서있고,
하늘은 맑고 높은 가을날.
산책코스가 하나 더 늘었다. 거슨세미오름.
오늘도 고마웠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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