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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책

거슨세미오름

by 교양중년 개복치씨 2021.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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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걷기 좋은 오름
거슨세미오름


제주 사는 좋은 점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산책코스다.
남들은 꿈길에 마지않는 푸르른 숲길을 아무도 모르게, 천연덕스럽게 앞마당처럼 사용하는 자유.
너무나 좋은 비자림 길이나 사려니길만 줄 서서 걷는 자들은 모르는,
아무도 없는 숲길을 마스크 벗고 훨훨 파닥대며 걷는 길들이 무수히 많다.
그중 오늘 간 곳은 거슨세미오름.
샘이 거슬러 올라간다는 뜻이다.
제주의 모든 샘은 한라산에서 흘러 내려오는데, 이 샘만 한라산 방향으로 흐른다 하여 지어진 이름, 거슨세미오름.
제주의 지명들은 항상 아이디어가 넘친다.

 

걷고자 나간 게 아니라 밥 먹으러 나갔다가 배불러서 산책한 거라서 신발이 불편했다. 그래서 오름 정상은 오르지 않고 둘레길만 걸었다.
약 7000보 정도의 40분~ 1시간 정도의 코스다.
사진도 찍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샘물도 마시고, 세 번 즈음 마주친 사람들도 살짝 피해 주고 하면서 즐기며 걸으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점심 후 산책으로 아주 깜찍한 코스다.

 


대체 평상은 누가 준비한 거야? 너무 사려 깊은 거 아냐?
대체 이런 길을 두고 왜 주차하기 힘들고 사람 많은 곳들에 굳이 왜들 모여서 걷는 거야?
후훗~
도민의 여유~

 


간간히 길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것 같은 곳이 나온다. 비자림 길이다.
우리밖에 없다.
날은 선선하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내리고,

 

조선시대 사약으로 쓰였다고 한다. 겨울에는 완전 "주홍"색으로 물든다. 잘못만지고 눈을 손대면 눈이 먼다고 하니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하자.

천남성은 이제 막 피어나 겨울을 기다리고,

 


걷는 동안 보이는 작은 버섯들을 보며 독버섯인지 아닌지 상상도 해보고.


드디어 한라산을 거슬러 올라가는 샘물을 만나면 누군가 친절하게 달아놓은 바가지로 한 바가지 목도 축이고.

 

 

나무에 핀 콩난이 어디까지 핀거야~?
이끼들 구경도 한참 하다 보면,

 


숲길의 출구가 보인다.

 

 

저 멀리 목장과 소들의 꼴들을 모아놓은 마시멜로우도 줄지어 서있고,
하늘은 맑고 높은 가을날.
산책코스가 하나 더 늘었다. 거슨세미오름.
오늘도 고마웠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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