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미식 여행 도장깨기
타이베이에 대해 가진 딱 하나의 환상과, 딱 하나이 걱정이 '음식! '하나였던 것 같다. 타이베이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사전 조사를 많이 했지만, 역시나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부분을 제일 많이 찾아본 것 같다. 기름진 음식이나 고기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 찾아다닌, 수많은 티브이 여행프로와 유튜브에서 소개한 맛집들의 '타이베이 미식 여행 도장깨기' 후기를 정리해 보자.
유산동 우육면
숙소와 가까워서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이다. 메뉴는 사진으로 되어 있고, 외국인 혹은 한국인 관광객에 익숙한 직원분께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옆에 있는 생마늘을 까면서 기다렸다. 생마늘은 까서 알아서 반찬으로 먹으면 된다.
역시 여기저기 찾아보고 가길 잘했다. 그냥 우육면을 먹는 것보다 갓절임과 빨간 소스를 듬뿍 넣어서 먹는 게 훨씬 맛있었다. 우육면은 TWD170 ×2, 갈비찜 TWD120, 오이절임 TWD30을 합해서 TWD490을 냈다.
갈비찜은 우육면에 들어간 고기와 같은 맛이다. 그냥 고기 추가한 거다. 고기가 엄청 야들야들하고 양이 많고 맛있다. 국물도 이것저것 추가하니 훨씬 맛이 풍부해져서 좋았다. 그런데 면이 별로다. 얇은 면으로 주문하라는 걸 보고 갔는데 너무 바쁜 시간이고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냥 대충 주문했더니 면이 참 별로다. 그래도 국물과 고기 때문에 다시 먹고 싶은 맛이었다. 언제나처럼 끼니가 모자라서 우육면을 한 번밖에 못 먹고 와서 좀 아쉽다.
청결과 깔끔함에 몹시 예민한 사람이라면 다른 우육면 집을 추천한다. 더럽다는 건 아니지만, 아주 몹시 오래된 서민 식당이다.
상인수산
섬이라는 특성상 해산물을 너무 기대한 건지 모르겠지만, 상인수산은 진짜 비추다. 일단 사진에 보이는 음식이 총 TWD1,310인데, 한국돈으로 5만 원이 넘는다. 환율에 익숙해지기 전이라 착각해서 먹었는데 우리나라에서 5만원 넘게 지불하면 저거보다는 훨씬 나은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 아침 10시 즈음 갔는데 해산물들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다.
치즈감자, 후추빵, 구아바주스
야식장에서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들은 대충 다 먹고 왔다. 야시장 음식은 따로 포스팅했는데, 치즈포테이토는 향도 맛도 없는 치즈라서 그냥 소시지 맛과 브로콜리 맛만 조금 났다. 사진 보고 생각하는 그 풍성하고 걸쭉하고 뭔가 그 꼬소한 맛이 없다. 내 입맛에는 의외로 후추빵은 괜찮았다. 소고기 후추빵을 주문했다.
구아바주스는, 달짝지근한 풀을 갈아놓은 딱 그 맛이다. 맛이 없다고 하자니 달달한 편이고, 맛이 있다고 하자니 밍밍한 편이다. 치즈감자 TWD90, 후추빵 TWD70, 구아바 주스 TWD50.
고독한 미식가 대만 편
남편이 '고독한 미식가' 광팬이라서 여행지 주변에 고로상이 방문했던 식당이 있다면 웬만하면 가서 먹어보는 편이다. 이번에도 멀지 않은 용러시장에 위치해서 찾아가 봤다. 시즌 5, 5화 방송에 나왔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날 고로상이 들렀던 곳 3군데를 다 들러보았다.
벽에 친절하게 고로상이 먹었던 세트 사진도 있고, 다른 음식들도 그림으로 붙어 있어서 선택하기 좋았다.
1. 영락담자면
어묵탕과 면하나 밥 하나,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데침을 시켰다. 저 그릇들이 보기보다 아주아주 작다. 밥 위에 올라간 소스는 우리나라 짜장 소스와 맛이 똑같다. 짜장밥과 짜장 소스가 올라간 국수다. 어묵탕은 호불호 없는 피시소스 들어간 탕 맛이다. TWD190.
2. 원미노육반
고로상이 양이 차지 않아 찾아간 두 번째 식당에도 들렀다. 역시 짜장소스가 올라간 면과 조개탕국을 시켰는데 생강맛이 엄청 강해서 조개맛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냥 맑은 국이다. 역시 호불호 없는 무난한 맛이다. TWD80
3. 고자비토우파
닝샤 야시장 쪽으로 이동해서 '토파우 디저트가게'를 들렀다. 위의 사진은 실제 체감 그릇 사이즈와 닮아있다. 밥은 간장종지에 먹는 대만 사람들은 디저트는 국수그릇에 먹는다. 엄청 많이 준다. 달콤한 국물에 땅콩과 연두부와 타피오카를 넣은 디저트다. 내 입에는 약간 밍밍 달달한 맛이었다. TWD55.
진천미
모든 손님이 한국인이라는 후기를 보고 믿고 찾아간 곳이다. 어쨌거나 나와 같은 입맛을 지닌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니 못 먹을 음식은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3시~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5시에 우르르 사람들이 들어가지만, 5시 손님들이 빠지고 나면 오히려 한산한 것 같다. 가게도 2개가 마주 보고 있어서 아무 데서나 먹어도 될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중국 음식 중 좋아하는 건 다 시켰다. 여행 일정은 고작 일주일이고, 이 식당에 다시 들를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냅다 다 시켜버렸다. 남들은 둘이 오면 두세 개 주문하던데, 우리는 요리만 네 개와 수프도 하나 시켰다. 연두부 튀김 괜찮고, 공심채볶음은 적당하다. 고기와 부추를 넣고 볶음 부추볶음은 짭짤 하지만 맛있다.
파인애플 새우튀김인가? 하여간 새우튀김은 그냥 아는 맛이다. 섬이라는 특징을 생각한다면 이 가격에, 이 맛을, 굳이 대만에서? 할 맛이다. 매운 소스를 달라고 하면 준다. 살짝 곁들여 먹으면 입맛이 돋는다. 산라탕은 외국에서 중국음식 먹을 때 Hot and Sour Soup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환장할 맛이다. 나는 대만 여행 내내 기회만 되면 먹었다. TWD960.
101 빌딩 지하 푸드코트
사람마다 여행 시점이 다르다. 나는 정말이지 101 빌딩이 궁금하지 않았다. 대만의 전망대나 야경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중국의 제대로 된 만두 '딘타이펑'을 먹으려고 갔는데 대기 예상 시간이 96분이었고, 그 주변에서 할일이 있지도 않았으며, 여기서 밀리면 저녁도 밀린다. 내 계획적인 '타이베이 미식 여행 도장깨기'를 순서데로 진행하려면 기다릴 수가 없었다.
101빌딩 딘타이펑이 있는 지하에 푸드코트가 있다. 대만 사람들도 우리와 습성이 비슷한 점이 있다. 가방보다 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가방 놓고 음식 가지러 다녀도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 안심하고 주문과 픽업해도 괜찮아 보인다.
음식 이름은 모르지만 잘게 썰어 넣은 파를 얇게 부쳐서 그 안에 이런저런 채소들을 넣고 돌돌 말았다. 우리나라 김밥이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호불호 없는 맛이고 오이절임이 뻑뻑함을 채워준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탕국이 '산라탕'이다. 혹시 저 안에 시커멓게 간처럼 보이는 녀석 때문에 못 먹을 것 같은 사람도 있을 텐데, 육류 아니다. 먹어보면 대강 두부와 가까운 식감이다. 국물은 살짝 시큼하고 후추의 매운맛이 강하다. 나는 무척 좋아하는 맛이다.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TWD170~200 안팎이다.
101 빌딩의 내부는 생각보다 예쁘다. 우리나라의 똑같은 구조의 백화점과 쇼핑몰들만 보다가 101 빌딩을 보니 오래전에 지어진 외국 백화점들이 생각났다. 연말이라 더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기도 했지만, 건물 자체가 예쁘게 지어졌다. 한 번쯤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백화점 지하 우동
마루가매 우동
이동량이 많다 보니 밤에 야식이 땡겨서 숙소 근처 지하에 가서 우동 큰거 한그릇 시켜서 나눠먹었다. 매번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다보니 조심스럽게 먹던 걸 아는 음식 나오니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우동 큰 것과 튀김 3개 시켜서 TWD218 나왔다.
광부도시락
대체 왜 예전 대만광부들이 먹던 도시락을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줄 서서 받아온 진과스의 '광부도시락'이다. 밥 위에 숙주와 약간의 채소에 약간 새콤 달콤한 소스로 간을 하고, 그 위에 우리가 아는 맛, 돼지갈비를 올려준다. 미역국도 주고, 김치도 준다. 고기 잘라먹으라고 가위도 각자 주고, 음료수는 무료다.
나보다 꽤나 입맛이 까다로운 남편이 먹고 싶지 않다고 해서 하나만 주문했는데, 각자 먹어도 될만한 양이다. 대만 사람들은 일단 밥은 많이 안 먹는 것 같다. TWD180.
또우장
이런저런 음식들에 밀려서 또우장을 너무 늦게 먹었다. 미리 먹었었다면 분명히 한 번은 더 먹었을 것이다. 저 두유국물 안에는 계란을 풀어놓았다. 두유맛, 계란맛, 살짝 달콤함까지. 옆에 빵들도 유튜브에서 보던 익숙한 것들을 집어 들어봤는데, 참 별거 없는 맛인데 또 먹고 싶은 맛이었다.
대만에서 먹어본 음식 중에 '태어나서 처음 먹는 맛'은 이것뿐이었는데 아주 만족했다. 다음에 가도 줄 서서 먹을 맛이다. TWD149.
딘타이펑
아예 대기번호 받고 쇼핑하고 오기로 하고 줄을 서봤는데 이날의 '미츠코시 백화점 딘타이펑 지점'은 또 의외로 30분 대기라서 1층 백화점 구경하고 내려왔다. 90분 대기를 본 후에 30분 대기표를 받아보니 짧게 느껴지는 마법이다. 비빔만두, 새우만두, 튀긴 만두, 새우볶음밥, 그리고 또 '산라탕'에 오이절임까지 아주 알차게 먹었다.
이번에도 두 번 올 집 아니니 먹고 싶은 거 다 시켰다. 새우 볶음밥은 생각보다 양이 많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 집 앞 양자강이랑 같은 맛이다. 나머지는 다 맛있게 먹었다. TWD1,413.
스키야 아침 죽
아침에 속이 좋지 않다는 남편 때문에 죽 한 그릇 먹으러 숙소 앞 '스키야'에 갔다. 속이 안 좋다던 남편은 불고기와 채소볶음, 날달걀 하나와 된장국이 있는 아침 정식을 먹었고, 죽어도 아무것도 먹기 싫다던 나는 공심채볶음과 죽 한 그릇을 먹었다. TWD178.
타이베이 미식 여행 도장깨기 총평
대만의 음식들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이 맛있다고 뽑아 놓은 음식들 중에 무난해 보이는 음식들만 찾아먹어 보았다. 그런 주제에 내 입맛에 맞춰 굳이 '타이베이 미식 여행 도장깨기 총평'이라는 걸 한번 해본다면, 첫 해외여행이 아니라면 대부분 아는 맛이다.
서양에서 먹던 중국음식 맛, 동남아에서 먹었던 맛, 일본에서도 먹었던 맛. 크게 놀랍거나 당황스럽지 않은 이유는 내가 그런 음식들만 찾아 먹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이 안에서 못 먹겠는 음식은 없었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또우장만 '태어나 처음 먹는, 맛있는 맛'이었다.
그리고 가격은 로컬은 싸고, 관광객이 많이 가는 식당은 같은 음식이라도 가격이 세배정도 하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맛있는 거 찾아다닐 맛이 있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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