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타이베이 여행은 덥고 습했다. 그래도 나름 그들에게는 겨울이라서 망고, 망고스틴, 두리안 등 어떤 열대 과일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겨울에 이 정도의 습기와 더위라면, 과일을 포기하더라도 여름의 대만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예스폭진지 투어'를 한 날은 12월 11일이었고, 무려 31도의 날씨를 기록했다.
예스폭진지 투어
'예스진지'와 '예스폭지'를 고민하던 중에 예스진지를 택했는데, 인원이 채워지지 않았는지 예스폭진지로 합류되었다. 진과스와 스펀폭포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워낙 저렴한 투어라서 뭔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합류했다.
아침 10시를 시작으로 저녁 8시경까지, 버스로 예류 지질공원, 스펀, 스펀폭포, 진과스, 지우편을 모두 버스로 도는데 가격이 만원이다. 정확히 10,000원~12,000원 사이다. 한국인 가이드가 움직이는 차 안에서 내내 서서 이것저것 대만에 대해, 우리가 방문할 관광지에 대해, 그리고 사야 할 선물등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쇼핑도 없고, 지정된 팁도 없다. 버스는 깨끗한 새 버스였고, 가이드는 친절했다. 도저히 그 가격이 믿을 수 없는 훌륭한 투어였다. 당연히 입장료와 식사는 별도다.
예류 지질공원
바위의 약한 부분이 해풍에 날려서 만들어진 수 많은 버섯모양의 바위들 중에 조금 모양이 특이해서 '여왕의 머리' 모양이나 '하트' 모양이 된 바위들이 해안가에 흩어져 있는 지질 공원이다. 확실히 특이하고 예뻤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눈 안에 잘 담아두어서 좋다.
예류 입장료가 TWD120 정도였던것 같다. 가이드가 풍등, 입장료, 도시락 등 원하는 모든 경비를 대신 지출해 주고 여행이 끝날 때 합쳐진 경비를 한꺼번에 내면 된다.
짧은 일정중에 '여왕머리 바위'와 사진을 찍으려면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달려서 '여왕머리 바위' 앞에 줄을 서면 된다. 원래 계획이 그냥 내 얼굴 없이 멀리서 남들과 같이 슬쩍 찍을 계획이었다. 줄 서는 거 정말 싫은 데다가 양산도 없이 너무 더웠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가이드가 '여왕머리 바위' 짝퉁 바위를 알려주어서 그냥 그 앞에서 찍기로 했다.
그런데, 이리저리 걷다보니 '여왕머리 바위' 줄 서 있는 사람들과 정 반대의 위치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많이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줄 설 필요가 없었다. 여왕머리 바위를 가운데 두고, 그 앞에 줄 수 있는 사람들과 마주 보는 자리로 이동해 보면, 줄 안 서고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 그래도 줄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 바위에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자.
스펀 풍등
풍등은 날릴때마다 불나면 어쩌나... 나중에 저 쓰레기들을 어쩌나... 하는 걱정과 자괴감과 죄책감이 드는 건 사실인데... 또 가면 하게 된다. 풍등의 사면에 원하는 바를 적어 놓으면 직원이 풍등을 들고나간다. 따라나가면 모든 면을 돌려가며 다른 포즈를 요구하고, 정말 엄청 심드렁하게, 그리고 불을 붙여 다시 손에 쥐어주고, 손 놓으랄 때 놓으면 된다.
대만 시골의 작은 마을 하나가 풍등을 날리는 곳이다. 저 쓰레기들을 어쩌지...하면서도 풍등을 날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내 풍등을 보자면 괜스레 진지하게 소원이 이루어 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몸이 아픈 이후로 첫 기도(?)라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 함께 간 남편의 소원을 보게 된 것도 아주 좋았다.
스펀폭포
풍등을 날린 스펀 마을 바로 옆에 있는 스펀폭포는 버스로 10분도 안걸린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서 흔들 다리도 건너고, 소시지 냄새가 진동하는 상가들을 지나서 나오는 스펀폭포는 생각보다 예뻤다. 이번에 준비한 셀카봉으로 둘이 신나게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 앞에 파는 소세지가 그렇다 맛있다고들 하는데 내 담당쌤이 먹지 말라고 말한 단 한 가지 음식이 '가공육'인 바람에 패스했다.
진과스
그냥 커다란 열대목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왜 관광지인건지 모르겠다. 이것에서 먹게 되는 '광부도시락'은 생각보다 맛있다. 밥에 고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익힌 숙주나물을 고기밑에 깔아주는데, 김치도 주지만 김치 없이도 느끼한 맛이 아니라 달콤하고 담백한 돼지갈비 덮밥이다.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관우상과 절인지 호텔인지 모르겠는 건물들이 더 궁금했다.
지우펀 길 건너 마을. 예전 광부 마을의 모습은 없다. 부산처럼 건물들이 산을 타고 지어져 있다.
지우펀
예전에 드라마 '온에어' 에서 너무 예쁘게 나왔던 곳이라 기대치가 좀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다. 이러다 압사사고 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만큼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가봐서 좋았다.
지우펀 계단길로 들어가는 길에 상점가를 지난다. 이때 가이드가 어떤집이 맛있는지 알려주고, 가이드 이름이나 번호를 대면 할인도 해준다. 그런데 가이드가 알려준 집에서 사 온 펑리수나 망고젤리들이 훨씬 맛있다. 가이드들 설명할 때 잘 들었다가 자유시간에 사 오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예스폭진지 총평
하루만에 이 모든 것을 다 돌아서 너무 좋았다. 자유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냐고? 그렇지 않았다. 딱 맞게 준비된 투어였다. 나는 네이버에서 예약했고, 마이리얼트립의 투어를 선택했다.
원래는 좀 더 비쌋던 투어상품인데 경쟁에 의해서 가격이 이렇게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억지로 쇼핑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따로 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서 정말 편안하고 즐겁게 투어를 마쳤다.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여러 회사에서 제공하는 상품이 많으니 꼭!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투어가 끝나고 하루동안 나간 경비들을 계산해서 가이드가 걷어간다. 이때 잔돈은 굳지 받지 않는것도 여행 센스~. 즐거웠고, 수고했고, 덕분에 맛난 것들을 싸게 구매했으니 그 정도 마음은 써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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