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
일제 강점기에, 중국 자금성에 보관되어 있는 유물들을 중국의 국민당 서기였던 장제스가 일제의 약탈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빼돌려서 중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보관하였다. 그러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제자리를 찾아가야 했을 유물들이 중국 내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으로 인해 다시 떠돌게 되었다.
공산당이 우세해지고 국민당이 수세에 몰리자 국민당의 수장인 장제스가 대만으로 밀려나게 되고, 이때 장제스가 관리하고 있던 유물들 중 크기와 부피가 작고 그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유물 20만 8,000점을 들고 간 것이 지금의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을 채우고 있는 유물들이라고 한다.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 소장품
공산당의 신문화 운동으로부터 중국의 전통 문물을 지키고자 한 장제스의 노력으로 지켜진 이 유물들은, 중국의 문화 혁명당시 스스로 자신들의 유물들을 파괴한 후에 그 진가를 더하고 있다. 한번에 8,000여 점의 작품을 순환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유물 20만 8,000점을 한 바퀴 돌리려면 6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니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 안에 보관된 유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나라가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문물 없이 살 수는 없다.
- 장제스 -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 도슨트 투어
대만 여행을 준비하면서 찾아보니 이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 방문이 대만 여행에서 꽤나 중요한 여행지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도슨트 투어를 신청했다. 1인 약 3만원의 가격으로 네이버에서 찾다가 '홍봉투어'로 예약했다. 아침 10시와 오후 2시 투어가 있었는데, 대만고궁박물관이 스린야시장과 가까이 있어서 오후 투어를 택했다. 투어 후 바로 야시장으로 갔다.
투어는 약 2시간~3시간 잡으면 된다. 기념품점도 꽤나 커서 구경할 게 많다. 만약에 2시 투어를 예약했다면 조금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박물관 폐점시간이 5시라서 투어가 조금 늦게 끝나면 서둘러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투어 금액과 관계없이 입장료는 1인 TWD700을 따로 내야 한다.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소장품으로는 '취옥백채'와 '육형석'을 들 수 있다. 정말로 우연찮게도, 내가 방문했던 2023년 12월 8일에는 두 가지 유물 모두 출장중이었다.
취옥백채
아랫부분이 하얀색이고 윗부분이 녹색인 하급 자연옥으로 배추를 조각해 놓은 작품으로, 녹색 배추 이파리 부분에 큰 사마귀 한 마리와 작은 여치 한 마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슨트의 설명으로 19세기의 유물이며, 하급의 옥으로 만든 작품이라서 인기에 비해 가치는 없는 유물이라고 하지만, 대만에서는 이 취옥백채가 돈을 벌어다 준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여 모든 집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하 1층의 기념품가게에 작은 모형들이 많이 팔고 있으니 하나쯤 들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육형석
17세기의 작품으로 대만에서는 '취옥백채'와 더불어 가장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동파육' 모양의 유물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옥으로 동파육 모양을 조각했는지가 궁금하다.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들이 청 왕실에서 가지고 있던 황실 유물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장 귀한 작품들만 모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 본토의 고궁박물원에 비해서도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상아 1개로 공안에 공을 만들고, 또 그 공안에 공을 만들어 100여년에 걸쳐 18겹의 공을 완성하였다는 작품이 걸려있고, 같은 맥락으로 정교한 불상이 내장되어 있는 상아로 만든 탑이 함께 놓여있다. 그동안은 17겹의 공인줄 알았으나 작년에 정밀 검사를 통해 18겹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사진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옥이나 자기 작품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석기 시대 작품들부터 시작되는 작품들은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여러 가지 종류의 유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백자 기술과 비교가 되는 작품들도 있고,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감성의 작품들도 많이 보인다. 그 당시 예술가들의 개구진 상상력이나 표현력을 훔쳐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중국인들은 금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금보다도 좋아하는 것이 옥이라고 한다. 옥으로 조각된 수 많은 작품들이 놀랍도록 정교하고 아름답다.
도슨트 투어를 통해 훨씬 알찬 투어를 했지만 한가지 단점이라면, 2시간 안에 모든 유물을 볼 수 없으니 듬성듬성 중요 유물만 보며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블로그들에는 보이지만 나는 못 본 작품들도 많다. 중요 투어는 한번 했으니 다음번에는 자유투어를 한번 해봐야겠다.
물품보관소
박물관 관람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어느 박물관이나 그렇다. 계속 걷는 것도 아니고, 두세 시간씩 가만히 서서 작품을 감상하는 건 허리도 아프고 아주 힘들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아주 작은 가방이나 외투, 스카프 하나라도 물품 보관소에 넣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무료다.
기념품
1시쯤 도착해서 기념품 가게를 모두 둘러보고, 2시간 40분의 도슨트 투어가 끝나고 나니 지치기도 하고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 폐관전에 화장실도 들르고, 짐도 찾고, 버스정류장도 찾고 하며 서두르다보니 기념품을 하나도 사 오지 못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듣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키링이나 마그네틱들이 설명을 들은 후에는 하나쯤 꼭 가져야 하는 기념품이었는데 말이다. 관람 후에 기념품 가게에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이렇게 대만 재방문의 핑곗거리를 남겼다.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 관람 후 '스린야시장'
'타이베이 국립 고궁 박물관' 관람이 끝나면, 지하1층 문을 열고 나와 왼쪽 끝까지 걸어가면 가면 R30번 버스정류소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스린야시장으로 가는 버스이니 이곳에서 한 번에 타고 스린 야시장에 가서 대만의 맛있는 야시장 문화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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