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하우스의 불친절함이 도를 넘었다.
추억이 맛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조금 짜더라도, 더 맛있는 즉석떡볶이 집이 많이 생겼더라도, 그래도 이곳에 가면 이곳의 향이 있고, 항상 인상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와 같이 나이 먹어 가는 주인아줌마가 있는 '애플하우스'.
처음 교복을 입고 건물 뒷켠에 의자 네, 다섯 개짜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사 먹을 때 사장님은 앳되고 유독 이쁜 새댁언니였다. 항상 아이를 엎고 계셨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 기억들이 자꾸 한번씩 가고 싶게 하는 곳인데...
어느날부턴가 건물 2층에 크게 자리 잡은 떡볶이집에 즉석떡볶이도 생기고 이런저런 메뉴들도 생겨서 좋았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만두무침. 남편이 퍽이나 좋아한다. 담백하게 튀긴 만두를 양념치킨 양념 같은 양념에 무쳐준다.
이상하게 갈때마다 떡볶이와 먹게 되는 트로피칼 스파클링 애플. ㅋㅋㅋㅋ
여기 갈때만 먹는 것 같은 나름 추억의 맛 조합.
추억이라는 건 어떨때는 눈을 감게 만들기도 한다. 식당이 청결하지 않으면 몸서리를 치는 남편도, 짠음식은 잘 먹지도 멋하는 나도, 알면서도 눈감았던 더러운 행주로 대충 닦은 테이블과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빤히 쳐다보며 닥치고 먹으라는 듯한 직원들의 태도. 알면서도 굳이 '바빠서 그런 것'이라고 그분들은 원하시지도 않는 변명을 내가 나에게 대신해주며 다니던 곳이었는데 이분들의 오만함이 선을 넘었다.
떡볶이를 먹다가 울컥~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내가 대체 왜 내 돈을 내고 치워주지도 않아 더러운 이 테이블에 앉아서 저 사람들에게 이런 취급을 받고있나. 테이블이 더러워서 닦아달라고 했을뿐인데.
내 추억이 끝나서 서운하다.
미국에 있을때도 한국에 다녀온 친구가 사정사정해서 만원 주고 사 왔다던, 한 줌도 안되던 소스를 나눠먹으며 엄청 행복해했었는데, 우리의 추억이 이분들에게는 그냥 돈 내고 와서 먹는 개나 돼지들 중 하나였다는 생각이 슬펐다.
구반포 재건축 공사로 이전을 한다한다.
새로 공사해서 들어가시면 적어도 그 더러움은 사라지겠지.
손님을 돈내는 개돼지 취급하는 그분들의 경영철학도 바뀌려나?
모르겠다. 나는 이제 안 갈 테니 알 필요도 없겠지.
너무 상처받아서 포스팅 안 하려고 했는데,
내 34년의 추억이 끝났음을 선언하려고 포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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