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사려니길, 비자림 등 너무 좋은 숲길들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줄서서 숲길을 걸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우리끼리 오붓하게 숲길을 걸으며 폐도 마음도 정화하고 싶을때 도민들이 가는 곳, '귀빈사'를 소개해보자.
개방기간 5월~10월(하절기)
개방시간 매주 화,목요일 오후 2시~4시
이 숲길의 이름이 귀빈사인 이유는 이 숲길의 끝에 예전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숲길을 쭉 따라 들어가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양쪽으로 목장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는 말 목장이 넓고 푸르게 펼쳐져 있고, 왼쪽으로는 넓은 풀밭 군데군데 누워있거나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황소들을 볼수도 있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무만 우거진 이 숲길 너머로 내가 적은 아닌지 경계하는 황소들의 경계심이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목장이 있다보니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롭지는 않다. 그래서 5월부터 10월까지만 시간과 날을 정해놓고 개방한다. 이제 곧 5월이 된다. 이 시기에 제주에 있다면 꼭 한번 걸어보기를 추천하는 숲이다. 내가 추천하는 시간은 4시다. 지는 해가 쏟아져 들어오는 이 삼나무 숲길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이 길에 들어서면 알아서 말이 줄어든다. 여기서도 조잘조잘 말을 쉬지 않는 사람은 진짜로 말이 많은 사람일 듯. 그냥 조용히, 차분히, 서두르지 않고 한발 한발 내딛게 되는 숲길이다.
이승만 별장은 2004년에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주 작은 건물이다. 대통령의 별장쯤 되는데 이정도 규모라니... 안타까울 정도로 작다.
그래도 그 앞을 지키고 있는 팽나무의 위용은 대단하다. 주변에 높디 자란 동백나무들도 볼만하다.
사람이 너무 적어서 좀 무서울 수도 있다. 눈에 띄는 순간부터 내가 멀어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커다란 뿔을 가진 황소의 모습도 신령한듯, 예사롭지 않아 조금 겁날수도 있다. 그만큼 고즈넉한 숲길이다. 좋은 숲길에 입장료 내고 들어가서, 차고 넘는 사람에 지치고, 그 소음에 지쳤다면 이곳에 한번 방문해 보면 좋겠다. 물론 입장이 허용된 시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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