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다. 물론 농부의 입장에서 보는 억새풀은 좀 힘들기는 하다. 정말 억센 놈들이다. 그래도 우리 밭에 와서 뽑아 줄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억새와 제주 가을을 한껏 즐겨볼 수 있는 곳들을 추천해본다.
1. 한라산 영실코스
한라산 코스중에 가장 다채로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영실코스는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다. 차로 1280m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 한라산 코스 중 그나마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영실탐방로는, 백록담까지의 구간은 안전상의 문제로 통제되어 갈 수 없지만, 백록담 아래 남벽 분기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영실기암과 울창한 숲, 오백나한, ‘돌이 있는 자갈평지’라는 의미의 선작지왓, ‘위에 있는 세 개의 오름’이란 뜻을 가진 윗세오름까지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이 갈 때마다 사람을 홀리는 아름다운 코스다.
백록담 아래 남벽 분기점까지 오르는 길은 여러 곳이다. 그 중 영실코스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돼서 추천하긴 하지만,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방문한다면 내려오는 길은 어리목 코스를 택해서 내려온다면 또 다른 풍경을 감상하면서 내려올 수 있다.
2. 산굼부리
화산의 분화구를 일컫는 제주말인 '굼부리'가 이름에 들어갈만큼 커다란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 오름이다. 오름의 크기에 비해 '굼부리'가 비교적 큰 것이 특징이다. 어느 계절에 방문에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특히 가을에는 가득 피어가 억새가 만들어내는 은빛 물결과 다양한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지질학적인 가치 또한 높이 평가되어 제주특별자치도의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된 분화구이다.
3. 아끈 다랑쉬 오름
'다랑쉬오름'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아끈 다랑쉬 오름'은, '다랑쉬 오름'처럼 낮고 자그마한 원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어서 '두번째 오름'이라는 뜻을 가진 '아끈 다랑쉬 오름'이라고 불린다. 작은 오름으로 10여분이며 올라갈 수 있지만, 억새가 피었을 때 오른다면 사진만 찍다가도 2시간을 훌쩍 놀 수 있는 곳이다. 낮은 오름이기는 하나, 개인의 사유재산이라서 오르는 길이 약간 미끄럽다. 올라갈 때는 비교적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내려오는 길은 좀 조심해야 한다. 추천 방문시간은 오후 5시 이후, 해가 지기 직전에 오른다면 금빛으로 반짝이는 억새와 함께 인생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4. 송악산 둘레길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물게 1개의 분화구 안에 2차 폭발이 일어나 2개의 분화구가 존재하는,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곳이다. 제주 올레 10코스와 이어지며, 멀리 형제섬과 가파도, 마라도까지 보이는 아름다운 해안 산책길을 걷다보면 한가로이 식사 중인 말들도 가까이 볼 수 있으며, 제주의 '바람'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일제강정기 시절 일본군의 군사기지로 사용되며 강제 동원된 제주 사람들의 아픔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흔적인 인공동굴 15개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과 한께 제주의 아픈 역사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5. 알뜨르 비행장
송악산, 단산, 모슬봉, 산방산 '아래쪽 뜰'이라는 의미를 가진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 강정기 시대에 일본군이 무고한 도민들과 그들의 재산들을 강제 징용한 흔적들의 대표 일제 군사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일본의 극단적인 전술인 가미카제를 위한 조종 훈련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20개의 격납고 중에 19개가 원형 그데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고, 하나의 격납고 안에는 비행기 모형도 크게 자리 잡고 있어 당시 상황을 볼 수 있다. 현재는 농지로 임차되어 농작물이 경작되고 있는데 그 넓은 밭 너머로 보이는 격납고들의 모습이 꽤나 볼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아픈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알뜨르 비행장'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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