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도착 후 바로 다음날 고궁박물관 도슨트 투어를 마치고 대만국립고궁박물관 지하에서 바로 R30버스를 타고 스린야시장으로 향했다. 각종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보던 수많은 야시장 음식들을 드디어 먹을 수 있다는 마음에, 긴 투어 끝에 지친 몸으로도 설레는 맘으로 만원 버스에 낑겨타고 룰루랄라 시장으로 향했다.
음식 좀 가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야시장 음식 후기이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야시장은 입구부터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에 닭튀김을 사기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우리 두 사람 다 닭튀김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구경만 하고 지나갔다.
닭튀김 가게 앞에 선 긴 줄 너머로 온갖 음식들을 파는 골목들이 나온다.
후추빵
육즙을 돼지기름이라고 표현하는 우리 부부는 음식을 좀 많이 가리는 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안먹을 수는 없으니 그 유명한 후추빵 집 앞에서 메뉴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소고기 후추빵이 있었다. TWD70을 내고 받아 든 후추빵은 약간의 중국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진짜 전혀 거슬리는 맛은 아니고, 오히려 맛있었다. 조금 단단한 빵 부분과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소고기의 조합이 아주 좋았다. 다음 음식들을 위해서 할 수 없이 하나만 먹었다. 아쉽군.
치즈감자
내가 이 치즈감자를 먹으러 대만에 간거나 다름이 없었다. 메뉴가 몇 가지 돼서 쳐다보고 있는데 자판대 주인이 아주 심드렁하게 이거 먹으라고 짚어준다. 모든 한국 사람들이 먹는 메뉴인 듯해서 그냥 끄덕끄덕했다. TWD90. 내가 진짜 이거 먹으러 대만 왔는데 맛이 없다. 치즈가 엄청 고소했어야 했는데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치즈에 감자도 그닥이었고, 짭짤한 햄맛만 조금 났다. 치즈에 아무 향이 없다는 게 가장 충격이었다.
고구마볼
역시 여행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기대도 안했던 고구마볼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따끈하고 쫀득하고 고구마볼 맛이 기가 막혔다. 스린 야시장에서는 TWD50이었고, 시먼딩 먹자골목에서는 TWD80인데 사이즈가 커서 아주 좋았다.
오징어구이
야시장을 오가며 보이는 생 오징어 구이가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결국 사 먹었다. 바다에서 나는 음식들을 워낙 좋아하니 육고기보다는 오징어가 더 땡겼는데, 매운맛은 중국 소스를 발라주는데 살짝 향이 있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오징어는 두툼하고, 오징어는 오징어 맛이다. 오징어 맛에 중국 소스 발린 딱, 그 맛이다. TWD180
큐브스테이크
파는 집이 여러곳 있었는데 내가 먹은 집은 고기를 너무 덜 익혀줘서 한번 더 익혀달라고 부탁해 먹었다. 고기가 좀 깔끔하지 않아서 씹다가 안 넘어가서 뱉어버리기도 했다. 다른 집은 맛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먹은 집은 그랬다. TWD250
만두
자잘한 만두 여섯개를 한 군데 담아주는데 이것도 만두다. 만두 맛. 음식을 가리는 사람도 먹기 편한 우리나라 만두랑 같은 평범한 만두 맛이었다. TWD50
구아바 주스
구아바즙을 처음 먹어봤다. 궁금하다면 한 번쯤 먹어봐도 괜찮을 맛이다. 난 두 번 사 먹지는 않았다. TWD50
대만의 야시장 음식은 생각보다 중국 음식 특유의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중국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건 우리 부부가 워낙 돼지고기 냄새를 싫어해서인데, 혹시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타이베이 야시장에 가게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한 걱정 없이 이것저것 사먹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다음에는 더 여러가지 음식에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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