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건강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3박 4일을 말해도 모자라지 않는 초 근접 지인의 찐 후기를 정리해본다.
여자들은 생리때가 되면 가슴에 멍울이 잡히기도 한다. 갱년기 때도 그런 일이 흔히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멋대로 짐작하고 진단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멍울이 잡혀도, 잡히지 않아도 국가에서 지정하는 해에 하는 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하는 이유다. 국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가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된 암에 한해서만 보건소 2차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시간
월 ~금 : 09:30 ~ 18:00/ 토 09:30 ~ 13:00
매주 일요일 휴무
점심시간 12:30 ~ 14:00
올해 건강검진인 친구가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 걸 느꼈고 겸사겸사 건강검진을 잡아 병원예약해서 간 날, 검진하던 병원에서 유방암 검사를 따로 해보는 것이 좋겠다며 소견서를 작성해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찜찜함에 거절하고 나와 연락이 와서 둘이 폭풍 검색을 했는데 뭐, 가까운 곳에 별다른 유명 의원은 없었다. 여기는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도 아닌 서울대학교 공대출신, 수련의 출신 선생님이었다. 게다가 남자. 처음에 생각했던 조건에 하나도 안 맞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의사보다는 영상의학과 기사가 원래 영상은 더 잘보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고,
"여자 몸은 남자가 더 섬세하게 잘 봐준대."라던가,
뭐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냥 약속도 없이 냅다 갔다.
건물 자체가 새거라서 일단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고 널찍하고, 환하고, 친절했다.
가슴에 멍울이 잡히고 건강검진 병원에서 소견서를 써준다고 했는데도 친구는 크게 겁을 내지는 않았다. 뭐... 별일이야 있겠어? 지가 끽해야 암이지. 철이 없는 건지 현실감이 없는 건지.
바로 전날 유방암 엑스레이를 찍었으니 초음파를 해보기로 했다. 암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해보는 본인과 그의 보호자인 나에게는 일단 유방암 검사에 대한 상식이 너무 전무헀다.
유방암 검사를 가장 정확하게 하는 방법은 건강검진시 우리가 그렇게 싫어하는 "유방 X-RAY"촬영이라고 한다. 그리고 더 자세한 걸 보기 위해 초음파로 확인한다고. 그럼에도 초음파는 결국 그림자를 보는 거라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그럼에도 마음이 급하니 결과를 기다릴 수 없어서 일단 초음파 고고고.
선생님의 첫인상은 공부 잘했을 것 같이 생긴 단정하신 분. 차분해 보이셔서 합격!
이후는 친구의 초음파 후기.
널찍하고, 환하고, 간호사들이 친절하게 진료부위가 아닌 부위들에 담요도 적절하게 잘 덮어줘서 전혀 부끄럽거나 민망함 없이 잘 찍고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문제의 왼쪽 유방에서 선생님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지셨고, 한숨을 쉬셨고, 바로 "유방 X-RAY"촬영을 지시하셨다고 한다.
"유방 X-RAY"촬영은 그동안 찍었던 어떤때보다 더 아팠다고 했다. 그동안 국가 건강검진 때는 봐준 거라고. 진짜 온 살을 다 쥐어짰다고.
다시 선생님 면담.
처음에 친절해 보이셨던 선생님 표정이 지금은 약간 화가 나 계셨다. 화가 났다기 보다...단호하달까. 하지만 우리 두 사람 다 선생님의 눈빛에서 '지금까지 뭐하다 이제 왔니.'라는 안타까움과 속상함으로 인한 약간의 화... 를 느꼈다.
당장 조직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다시 검사실.
친구의 증언도 그러했지만, 진료실에서 사진을 보여줄 때, 그냥 덩어리 부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조직 검사를 위해 몸에 들어갔던 바늘(?)의 위치와 이동 경로등도 정확히 찍어서 보여주신다.
50% 이상 유방암 2기라고 하신다.
50%. 참 어려운 말이다. 50%.
선생님의 표정으로는 150%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 걸린다고, 일단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에 맞춰서 진료예약은 잡았지만 그래도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진료는 끝났다.
진료 예정일 아침 9시부터 전화가 왔단다. 당장 오라고. 결국 망할 유방암 2기 이상 판정을 받았고, 선생님께서 당장 대학병원으로 예약 잡아주겠다고 하셨단다. 가까운 분당 서울대 병원으로 갈거냐며 일단 병원을 선택하게 해 주시고는 패스트 트랙으로 잡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바깥에 써 있기로는 아산병원과 삼성병원, 서울대병원이 협력병원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 같았다. 환자보다 더 몸이 닳아 서두르던 선생님과, 현실감이 없어서 고개만 끄덕이던 친구의 만남은 여기서 끝이다.
1시간 뒤에 병원에서 연락이 왔고, 필요서류 준비해 놓을테니 내일 찾아갈 것, 그리고 다음 주에 바로 분당 서울대병원 예약이 잡혔다는 것. 남들은 병원도 여기저기 간다던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는 건가? 혹시 분당 서울대에서 커미션 받나? 미친... 암 환자 처음 보는 두 바보의 갖가지 추측들을 뒤로하고...
미즈유 영상의학 유방암 검사 비용
조직검사 234,600
확진 진단비용 3,600
진료의회서 및 슬라이드 9,300원
패스트 트랙이란 [ 1. 진료---> 2. 검사---> 3. 검사 결과로 진료] 순으로 되어있는 대학병원 진료 순서를 [ 1. 진료+검사 ---> 2. 검사 결과로 진료 ] 로 첫 진료와 검사를 한방에 해결하는 걸 말한다. 한마디로 시간을 절약해서 빨리빨리 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다.
현재 2번의 항암을 마친 친구가 맨날 하는 얘기가 있다. 어느 누구와 얘기해봐도 이렇게 빨리 약속이 잡히고,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환자가 없다고. 어떤 사람들은 조직검사 결과 암이라는 게 나왔는데도 2달 동안 대학병원 선생님 얼굴도 못 봤다고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형근 선생님은 아무것도 한 것 없고 암의 종류나 진행 상황에 따라서 대학병원 측에서 예약을 잡아주는지도 모르겠다. 패스트 트랙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이력으로 보아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도, 마치 암환자 처음 보는 의사처럼, 자기가 더 마음이 조급하고 애가 타 보이던 선생님의 모습은 잊히지를 않는다. 왠지 이분이 그렇게 서둘러 잡아준 것만 같은 기분이다.
병원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영상의학과 같은데도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냥 갈일이 없는 게 제일 좋겠다. 하지만 살면서 그래도 꼭 가야 한다면, 누군가를 데리고 가야 한다면,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주어야 한다면,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최 측근의 유방암 진단 후기입니다. 내돈 내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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