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고 회의 원조인 부산 칠암, 아나고 거리에 있는 '돌샘횟집'
이번 부산 여행은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았던 80대 노인 사촌들의 신나는 모임이었다.
서울팀이 부산으로 내려가자 부산에서도, 여수에서도 모두 모여 끊이지 않는 수다를 떨었다.
모일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지~'라고 말씀하시지만 내가 보기엔 다들 아직 너무 정정하심. ㅋㅋㅋㅋㅋㅋ
주변 환경을 보기보다는, 서로의 얼굴만 보고 수다 떠시느라 단풍이고 바다도 안보이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어릴 적 많이 드시던 아나고회를 먹으러 갔다.
부산에 계신 이모가 아나고회는 원래 '칠암 돌샘 횟집 아나고'라시며 단골 맛집으로 안내하셨다.
식당도 크고 깔끔하다.
칠암 아나고 거리에 있다.
아나고회란 30~40cm 정도의 작은 사이즈의 붕장어를 뼈째 잘라 짤순이에 돌려서 물기를 다 빼내고 먹는 회인데, (짤순이란 작은 사이즈의 빨래 탈수기이다.)
고슬고슬한 맛이다. 지역마다 곁들이는 소스는 다르겠지만, 아나고회의 원조인 부산에서는 고슬고슬한 아나고회를 콩고물에 묻혀서 고소한 맛을 더하고, 회처럼 고추냉이를 푼 초장이나 간장에 찍어서 맛을 더한 뒤에, 상추나 깻잎에 싸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이 아나고회를 짤순이에 돌려 먹기 시작한 곳이 이곳 칠암이다.
그래서 이곳 칠암 아나고 회 거리가 유명하다.
아나고 회가 붕장어 회를 뜻하는 일본어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기억도 하지 못하는 긴긴 시간 동안 일본과 거래가 많았던 부산에서는 아나고회로 통한다.
비리지도 않고 촉촉하지도 않다.
너무 부드럽고, 고슬고슬하고, 고소하다.
이 아나고를 한, 두 숟가락 떠서 콩가루, 초장에 찍어 고추와 마늘 한 점씩 넣고,
직접 재배한 상추, 깻잎, 미나리와 방풍잎에 싸먹는 맛은... 아우~ 아우 그냥~
직접 재배한 채소라는 게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을만큼 맛이 있었다.
시이모님 한분은 남은 채소를 싸서 저녘 식당까지 들고 가 드실정도로 정말 맛있는 채소여서 아나고 회의 맛이 한층 더했다.
먹고 나서 시켜먹은 매운탕은 아나고회 뜨고 남은 붕장어의 껍질도 넣어주는데,
여기서 나오는 막 같은 것이 매운탕에 둥둥 떠서 뭐가 엄청 찝찝해보이는...
그런데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생선에서 나오는 그 콜라겐 덩어리라고 챙겨 먹으라고 하신다.
모양이 영 찝찝하고, 슬쩍 미끄덩거리는 것 같은 콜라겐, 피부 생각해서 열심히 먹었다!!!
기본적으로는 매운탕도 매우 맛있다.
아나고탕 뚝배기는 무척 부드러운 맛이다.
산초가루 많이 넣어줄까 물어보시는데 산초가루 광팬이신 어머님과 이모님들 덕에 산초범벅 아나고탕 뚝배기를 먹었다.
나는 산초를 싫어하는데 산초 넣은 추어탕도 맛있고, 산초범벅 아나고탕 뚝배기도 맛있고, 마라탕도 맛있다.
나 혹시 산초 좋아하는 거 아냐?
부산을 여러 번 다녔지만 부산을 떠난 지 오래인 남편과 다니느라 맛집을 인터넷에서 찾아다녔었는데, 이번에 부산 이모님들 다 모이시니 진짜 맛집들만 찾아다녀서 이번 여행을 계기로 우리의 부산 맛집 리스트가 바뀔 거 같다.
다음에는 내 최애 부산 맛집 원조 '수중전골'집에 대한 이야기다.
흐흐흐
나이 들면 부산 가서 살아야지~
협찬을 꿈꾸기는 하지만 아직은...
제 돈주고 제가 사먹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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