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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집들

부산가는 길, 울주군 언양읍에 위치한 언양 불고기 '기와집'

by 교양중년 개복치씨 202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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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더불어 친절함에 감동한다. 언양 불고기 '기와집'

 
 


그렇게도 언양 불고기 타령을 하다가 드디어 진짜 언양 불고기를 먹어보는구나.
집안 어르신들 부산에 계신 친지들 만나러 가시는 길, 모시고 가다가 언양 불고기 먹자고는 말이 나와 처음으로 가봤다.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제일 나은 집인 것 같아 '기와집'으로 갔는데,
요즘 맛집이라고 찾아간 집들중에 제일 정신차리고 장사하는 진짜 맛집 같아서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감동실화 쫙쫙 풀어본다.
 


일단 너른 마당은 아니어도 아기자기 하게 꾸며놓은 기와집이 정갈하고 예쁘다.
1시 20분즘 도착했는데, 주차하고 대기줄을 받기 전, "약 20분 소요되는데 줄서서 주차 후 두실수 있으시겠니까?" 라고 먼저 물어본다. 
딱히 근처에 다른 곳도 없고 식사 후 '기와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통도사'의 가을을 느끼러 가고 싶어서 장소 변경없이 기다려 먹기로 했다. 주차하는 동안 먼져 들어간 일행분들이 내 전화번호를 입력하셨는지 약 20분 후에 먹을 수 있다며 대기번호 77번이라는 문자가 카톡으로 온다. 
오예~ 77번. 오늘 느낌 조타~

오래간만에 앉아보는 한옥 툇마루에서 가을 햇살아래 맛있는 광합성하며 기분 좋게 기다렸다.
 

 
잠시 햇볕아래서 한옥의 정원에 핀 가을 국화를 즐기고 있자니 금방 입장하라는 톡이 온다.  

첫인상은 감동적이었지만 불편한 점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건 바로 한옥이라는 점.
우리가 한옥집 식당을 찾아왔지만 노인들이다 보니, 신발을 신고 벗기도 좀 버거워하시는 데다가,
어르신 한분이 마비도 좀 있으시고 지팡이도 짚으시고...
이제 우리도 바닥문화가 무척 힘들어져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감동이~ ㅎㅎㅎ
 


어른들 모시고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노인들에게 신경 써주는 식당들에 좀 더 후한 점수가 마음에서부터 매겨진다.
우리 차례가 되어 자리가 정해지고 나니, 자리로 안내해 주던 종업원분이 마비가 오셔서 바닥에 앉고 일어서기 불편한 어른을 위해 서둘러 간이 의자를 만들어주신다.
배려와 센스가 돋보이는 친절에 감동. 감동~
요새 세상에 바닥에 앉아 먹는 식당들 없다고 불평이 나올 법도 했는데, 입에서 불평이 나오기 전 자기들이 더 미안해하며 자리를 만들어 주시니 이젠 왠지 이쪽에서 미안스러울 정도였다.
 


다음 감동은 정갈하게 나오는 반찬들이다.
메인이 강해서인지 반찬이 여러가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불고기 맛을 더해줄 채소들과 물김치가 나온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이라 좋았다.
 

 
특히나 경상도분들이라 오래간만에 드시는 콩잎장아찌를 좋아하셨고, 어린 상추와 미나리에 고기를 적절히 싸서 먹을 수 있을만큼 넉넉히, 서둘러 채워주신다. 
 
 

 
'언양 불고기' 먹으려고 먼길 돌아 찾아왔으니 가장 중요한 감동은 제일 중요한 '언양 불고기'.
맛있다. 숯향이 아주 적절하게 베인것이 진짜 이거 먹으러 먼길 돌아오길 잘했다.
와~ 저 파저리에 먹는 불고기.
친구들이랑 가서 소주한잔 시켰으면 나 5인분 더 먹을 수 있었음. 
감동의 맛이다. 

마지막 감동은 가게 사람들의 태도였다.
주인이 계속 가게를 돌며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인사하고 손님 상을 살핀다.
사양할 때까지 채소가 떨어지지 않게 알아서 채워주신다.
하도 정중히 맛있게 드셨냐고 인사를 하시길래 이모님이 주인이시냐고 물으니 주인이라고 하신다. 
주인의 마인드가 이러니 모든 종업원분들이 친절할 수 밖에. 

며칠 전에 갔던 맛집이 생각났다.
얼마나 불친절했는지 ㅎㅎㅎㅎ
바빠서 그렇지, 바쁘니까 저럴 거야... 하다가. ㅋㅋㅋㅋ
먹다가 자괴감이 들어보긴 처음이었다.
서울 왔다고 신나서 어릴적부터 다니던 반포 학교 앞 분식집에 갔는데,
원래 불친절하기는 했는데 그날은 좀 마니 심해서 사진을 잔뜩 찍어오고도 차마 포스팅을 못한 집.
그날 감정 다 담으면 고소 당할까봐. ㅎㅎㅎㅎㅎ
그 집이 생각났다.
맛집이라고 다 불친절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다시 상기시켜줘서 고마운 '기와집'이다.
맛있으면서 친절도 할 수 있구나... ㅋㅋㅋㅋㅋ
맛과 태도 모두 너무 좋았다.

 

부산에 가서 어르신들 만나는데 모두들 원래 언양 불고기는 '기와집'이 최고라고 칭찬하신다.
다음에도 부산에 내려갈때 또 들를 것 같다.
남편이 담번에 육식파 장인장모님도 모시고 오자고, 부산 다시 가자고 좋아라 한다. 
꼬~옥!

 

협찬을 꿈꾸기는 하지만 아직은...
제 돈주고 제가 사먹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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