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우울증에 빠져있다.
이유는.. 내 맘이다.
먹고 싶은 거 있냐고 이것저것 물어보던 남편이 그럼 다 먹어 보자며 애슐리에 가자고 한다.
어릴 땐 많이만 먹으면 좋아서 뷔페라면 달려가곤 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입맛만 까다로워져서...
롯데몰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옆에 붙어있는 '애슐리퀸즈' 포스터 사진이 어찌나 먹음직스러웠던지.
그 맛이 그 맛이 아닐 걸 알지만, 잠깐 튕기는 척 하다가 호기심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널널해 보이던 매장이 나올 때 보니까 나름 줄 서 있다.
'애슐리퀸즈'라길래 그럼 다른 이름의 애슐리도 있나 해서 찾아봤더니 '애슐리 W'라고 김포에 하나 있다.
나머지 매장들은 다 '애슐리퀸즈'인데 가격이 다르다.
'애슐리퀸즈'는 17,900원, '애슐리W'는 14,900원.
가보지 않았으니 그 3,000원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자기가 먹고 난 접시는 '언택트 리턴 존'이라고 매장 중간중간에 하나씩 있는 넓은 쟁반 같은 것에 가져다 놓으면 된다.
언택트는 좋지만 내가 별로 좋아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다른 테이블도 모두들 옆에 접시를 쌓아두고 먹고 있었다.
식당 너머로 펼쳐진 아파트 풍경이...
그래도 막힌 풍경보다 하늘이 보이는 풍경이라 넓어 보이고 탁 트인 인테리어가 좋기는 하다.
해가 좀 있어서 굳이 창가 자리 쟁탈전은 없었다.
실내는 널찍하고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아서 좋았다.
키오스크에서 결제하고 받은 영수증에 쓰여있는 테이블에 오니 왠 동그란 딱지 같은 게 있다.
앞, 뒤로 뒤집어 식사중과 식사완료 후를 따로 표시하도록 한 건데,
사람들이 중간중간 음식을 가지러 자리가 비우니까 직원들이 알아보기 좋도록 한 것 같은데 좋은 아이디어 같다.
일회용 물품과 마주했을 때 항상 고민은 '내 안전이냐, 지구의 안전이냐'이다.
하지만 일단 이곳에서는 나와 남들을 위해 일괄적으로 장갑을 끼기로 되어있으니,
저렇게 테이블마다 구비되어있는 일회용 장갑을 꺼내 끼고 음식을 담으러 간다.
음식의 종류가 적은 건 아니다. 이탈리안도 있고, 중식, 한식 일식까지.
여느 뷔페처럼 디저트까지 다 구비되어 있다.
그런데 굳이 음식 맛이 중요한 곳은 아닌가 보다.
웬만하면 평타는 치는 새우는 몇 번을 얼었다 녹았다를 했는지 푸석푸석 아무 맛도 없고,
초밥 위에 있는 아보카도는 아직 녹지 않아 초밥을 입에서 녹여먹었고, 골뱅인지 소라인지 모를 초밥은 스펀지 같은 식감이었다.
오래간만에 뷔페에 오니 어린애처럼 마음을 들뜨고, 입은 먹는 족족 실망스러웠다.
그러다 느즈막히 발견한 'REDROCK' 맥주.
이마저도 없었다면 이 매장에서 맛있는 음식은 단 한 가지도 없을 뻔했는데...
성복역 롯데몰 '애슐리퀸즈'에서 가장 맛있는 건 REDROCK맥주와 커피였다.
맥주 그닥 안 좋아하는데 REDROCK맥주는 좋아한다.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없이 배부른 것'을 제일 싫어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렇게 배는 꾸역꾸역 찼는데 느낌은... 분식을 잔뜩 먹은 느낌?
나 분식 너무 좋아해서 이 표현 안 맞는 거 같은데... 하여간 배는 불렀다. ㅎㅎㅎ
어쨌거나 그렇게 주체되지 않는 배부름으로 일단 우체국으로 고고.
간만에 끄적끄적 미국에 출장 간 친구에게 장난삼아 보내는 편지 하나 보내러 다녀오니 숨은 좀 쉬어진다.
요새 미국 보내는 편지가 700원이네.
다행히 음식이 별 맛은 없어도 간이 독하지는 않았나 보다. 목이 타거나 혀가 말리는 고통은 없다.
또 몇 년쯤 지나 이 맛을 잊을 때쯤 또 가겠지. ㅎㅎㅎㅎ
산책이 즐거웠던 하루였다.
협찬을 꿈꾸기는 하지만 아직은...
제 돈주고 제가 사먹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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