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단골 카페 "헛간"
요새야 어디 살든 모두들 그렇겠지만...
제주에 살다 보면 단골 카페 몇 개쯤 있을 수밖에 없다.
예쁜 카페가 너~~~ 무 많으니까!!
날씨따라 가는 카페가 다 다르다.
바다가 보고 싶은 날, 숲에 쌓여있고 싶은 날, 시야가 넓은 들판을 보고 싶은 날, 오로지 커피맛이 중요한 날, 디저트가 더 중요한 날, 비 오는 날, 맑은 날, 늘어져 있고 싶은 날, 노트북 들고 하루 종일 카페에서 작업하는 날, 날, 날...
매일 다른 곳을 다녀도 다 못가는 카페 천국이다. 제주는.
"헛간"은 아늑하고 정겨운 곳이다.
나무로 가득한 곳. 푸른 곳, 이상하게도 하늘이 항상 예쁜 곳, 겨울에 가면 난로 위에 군고구마를 집어 먹을 수 있는 곳.
그리고 고양이가 영업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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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여기만 가면 하늘이 그렇게 이쁘다.
파란 지붕과 녹색의 식물들이 어우러져서인가? 맑으면 맑아서 예쁘고, 비가 오면 비가와서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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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보기 드문 옛날 귤박스로 만든 책장에 책들이 가득 꽂혀있다.
운이 좋으면 차 마시는 동안 흠뻑 집중할 수 있는 책을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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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으면 데크나 마당 어디에서도 차를 마실 수 있다.
산바람이 선선한 날에는 바깥에서 차를 마시다 살짝 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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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이 "이거 이거 만들어주세요~." 하면
바깥주인이 뚝딱 뚝딱 만들어가며 완성했다는 카페 구석구석은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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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주문하고 앉으면 어디선가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아,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다. 녀석들 컨디션 따라 다르다.
그분들은 고고하시니까.
가끔 운이 좋으면 저렇게 아예 사람을 녹여 놓으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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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의 첫번째 주인, "블루"는 둘 중에 조금 마른 편,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창가에 앉아 바깥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나는 너 스릉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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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때 다가가면 언짢아하신다.
갈 때마다 눈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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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 둘째, "룰루"는 이리 봐도 둥글, 저리 봐도 둥글.
둘 중 꼬리가 더 통통하고 둥글둥글한 녀석인데 이집의 둘째이자 영업부장님이시다.
손님이 오면 지켜보다가 다가가 인간을 홀리는 애교를 부린다.
리엑션이 좋으면 좋을수록 애교가 심해지는데...
관심없는 척 노트북질 하면 자판에 앉아버린다. 하악~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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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다봐 주신다고 해서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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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가끔 눈치를 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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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롱한 눈망울.....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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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한가롭고 아늑하고 포근한 카페 "헛간".
저곳 어딘가에 고양이 주인 두 마리가 숨어있다. 아니, 그냥 어딘가에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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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냄새가 나지 않는 고양이 집이다.
원래는 온실로 만들었는데 고양이들이 커가면서 집이 필요해져서 양보했다는 공간...
가끔 저곳에서도 차를 마신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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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가끔 이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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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와인을 마실 수도 있는 곳.
손님들이 카페 문을 잘 못 찾는 곳. (옆으로 미세요~)
손님이 문을 잘못 열면 고양이들이 가끔 탈출해서 손님인 나까지 고양이를 잡으러 다니는 곳.
하지만 안전하고, 포근하고, 편안한 카페 "헛간".
내 오랜 단골 카페다.
협찬을 꿈꾸기는 하지만 아직은...
제돈 주고 제가 사먹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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