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맛집이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점점 먹기 어려워지는 곳이 있다. 꼴랑 해장국 한 그릇 먹자고 이렇게 줄을 설 일인가... 자괴감은 뒤로하고 일단 앉아서 해장국을 딱 받아보면, 아~ 기쁘다. 맛있다.
받은 것도 없고, 동네 사람이라고 순서를 당겨주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아끼고 아껴서 소개하는 곳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돼서 먹기 더 어려워질까 봐 소개하지 않으려던 곳인데, 그래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오지랖인가?
영업시간 7:00 ~ 13:30
매주 목요일 휴무
영업시간은 오후 1시 30분까지지만 하지만 대부분 1시 즈음이면 '재료 소진으로 영업 마감' 일쑤인 가게다. 아무리 줄이 넘치게 서도 손님 눈치를 주거나, 대강 주거나, 그 어떤 특혜나 친절도, 서두름도 없다. 그냥 가게 안에 들어온 손님들에게 항상 최선을 다한다.
포장도 안 해주고 체인점 문의도 싫어하시는 사장님 부부. 가격은 약 2년에 1,000원씩 오르는데 대신 가격 오를 때 고기양도 살짝 늘어난다. ㅎㅎㅎ
선지를 못 먹어서 우리 두 사람 다 선지 빼고 주문하는데, 선지 있는 그릇은 국물이 찰랑찰랑 넘치게 가져다준다. 해장국이 나오면 미리 준비되어 있는 다진 매운 고추와 마늘을 확 부어 넣고 잘 섞어 먹으면 된다. 빨간 양념장은 빼고 달라거나, 따로 달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양념장 빼고 먹던데 그래도 맛있다고 한다.
해장국 안에 들어간, 딱 알맞게 익어서 잘 끊어지지 않는 이 집 해장국 속 당면을 좋아한다. 소고기 해장국이라서 소고기 편육이 약 5 ~ 7조각 정도 들어있다. 해장국 위에 둥둥 뜨는 저 기름이 고깃기름이 아니라 양념장 고추기름이다. 전혀 느끼하거나 기름지지 않다.
비주얼과는 다르게 음식이 엄청 짜거나 혹은 엄청 얼큰하지 않다. 나트륨 줄이기에 동참하는 집이다. 보기보다 꽤나 슴슴하다. 그런데도 사람을 이렇게 끌어당기는 맛이다. 가끔은 너무 싱거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숟가락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 집만의 특징인데 해장국을 먹는데 상추를 준다. 사실 이집 초인기 메뉴는 내장탕인데, 내장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웬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내장을 남기거나 밥을 포기한다. 그런데도 맛있다고 한다. (내장탕도, 선지도 못 먹어서 서러운 1인.) 내장탕의 내장이나, 해장국의 고기를 상추에 싸 먹는 게 이 집 시그니처다.
멜젓인지 자리젓인지 이름은 정확히 모르지만, 기본으로 내주는 젓갈에 마늘과 매운 고추를 넣어 잘 섞어준 다음에, 상추에 고기를 싸서 젓갈 척 올려 먹으면 그 시원하고 뜨거운 맛이 끝내준다. 상추 옆에 고추 2개가 꼭 놓이는데 제주고추가 아주 맵다. 매운 거에 약한 사람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가끔 30분 넘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집이다. 우리는 동네 사람 자존심 때문에 너무 줄이 길어지는 휴가철에는 잘 안 먹지만, 도대체가 이 구석에 있는 해장국집을 어떻게 알고 전국에서 찾아오는지, 어느 하루도 편하게 스윽 들어가 먹을 수는 없다. 그래도 맛있으니까 간다. 일주일에 한 번은 수혈하듯 먹어줘야 하는 집. 제발 아무도 오지 마세요. 나 좀 편히 먹게.
주차는 골목 들어가기 전에 선샤인 호텔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그런데 식당 안에는 주차장에 담배꽁초 좀 그만 버려달라는 호소문이 있다. 호텔에서 빌려서 사용하는 주차장인데, 식당 손님들이 꽁초들을 버려대서 곤란하신것 같았다. 남의 집에 쓰레기 좀 버리지 말자.
내 돈 내고, 내가 맛있게 먹은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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