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가장 걷기 좋은 곶자왈 소개 첫 번째.
동백꽃이 치지 않는 동백나무가 지천을 매우고 있는 동백동산. 정문 방향
집이다!!!
제주도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계속 날씨가 꿀꿀하더니 드디어 날씨가 맑고 좋아서 즐겨 찾던 산책코스들 중에서 가장 가까운 동백동산으로 고고고~!
반갑다 기타 맨. 언제나와 같은 모습이로구나.
전과 달라진 거라면 주차하고 나서 안내소에 들러 QR코드 체크하고, 열도 재고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정말 어디든 그저 편히 갈 수 있는 곳은 없구나.
주차장은 넓고 깨끗하게 잘 되어있다. 전기차 충전소도 있고, 깨끗한 공중 화장실도 있다. 전기차 충전소는 꽤 여러개라서 충전해놓고 산책하고 오기 참 좋게 되어있다.
동백동산 탐방안내
지도를 자세히 보면...
나는 주로 저 '현 위치'에서 '상돌언덕' 근처까지 다녀온다.
그럼 약 1시간 정도 되는데, 바닥에 약간 돌들이 튀어나와 있는 길이라 바닥을 좀 보면서 걸어야 하는 길이다. 야자매트가 깔려있어서 어디 긁힐 염려는 없는데 발목 접질리기 쉬운 환경이라 두리번거리면 걷기는 좀 위험하다.
오늘의 동백동산은 낙엽이 잔뜩 깔려있어서 야자매트가 잘 보이지 않아 자칫 길을 읽기도 쉬운 모양새였다. 산책하기 너무 좋은 곳이지만 조금만 안전에 주의하자.
내가 더 자주 가는 서쪽 입구 방향은 다음번에 다녀와서 포스팅 하기로 하자.
먼물깍 습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물이라는 뜻의 '먼물'과, 끄트머리를 이르는 '깍'이라는 말이 합쳐져서, '먼 곳 끄트머리에 있는 물'이라는 뜻의 '먼물깍'이 되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연못처럼 보이는 이곳이, 학술적 가치가 높은 특이한 지형으로, 2011년 동백동산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이 되고 2014년에는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로 지정되었다.
먼물깍 습지에 가면 방사탑이 하나 있다. 동네 사람들은 그 방사탑을 '뱀 아파트'라고 부른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이미 몇 년째 누룩뱀 가족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 주변에는 뱀이 많고 이끼가 많으니 되도록이면 어딘가 앉지 않도록 하거나 아니면 잘 살펴보고 앉는 걸 권한다. 뱀이 워낙 작아서 잘 안 보인다. 그리고 동백동산의 딱 한 가지 안 좋은 점이라면, 여름철에 가면 습지 때문인지 모기가 엄청나게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다. 여름, 특히 늦은 여름은 피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뭔가 위험하거나 음습한 곳은 아니다. 꼭 가보면 좋은 아름다운 곳이다. 그저 우리와 더불어 사는 다른 여러 생물들이 있을 뿐이다.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숲길은 언제나 신비롭고, 기분 좋다.
사진에서 보이는 누워있는 나무는 바람에 뿌리까지 넘어져 버린 뒤로 그 자세 그대로 다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키우고 있는 나무의 모습이다. 갈 때마다 그 생명력에 박수쳐주고 한번 쓰다듬어주고 온다.
이끼 낀 바위들을 낙엽들이 전부 덮어버렸다. 어딜 둘러보아도 나무와 그 너머의 하늘조각뿐이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곳이다. 곶자왈의 나무들은 크기나 형태가 일정하지 않아서 무척 거칠게 보이지만 그래서인지 저렇게 햇살이 나무들 틈을 뚫고 비춰줄 때면 더 반짝반짝한다.
동백꽃 없는 동백나무
동백동산에는 온통 동백나무들 뿐인데도 다른 곳보다 동백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건 유독 기름이 좋은 동백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동백동산이 보호림으로 지정되고 벌목이 금지되면서 다른 나무들에 가려진 동백나무가 해를 보기 위해 키를 키우는 데 모든 영양을 쏟아서 꽃을 피울 여력이 없어서라고 한다. 다른 곳에서 보는 동백나무들처럼 해사하게 꽃을 피우지는 않지만 가끔 한 두 송이 피어있는 동백꽃은 유독 새파란 숲 속에서 더 귀하고 운치 있다.
곶자왈이란
제주 고유어로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덤불을 뜻한다. 돌무더기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는 못쓸 땅으로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고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 함양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지형이기도 하다.
"요 네 상척(노의 상반부) 부러지면 선흘곶디 곧은 낭이 없을 쏘냐"라는 제주 잠녀들의 민요가 있다.
"노가 부러져도 선흘곶에 곧은 나무가 많아 걱정이 없다"라는 뜻이다. 그만큼 곶자왈에는 나무가 많아 제주 도민들에게 땔감을 내어주거나, 숯을 생산하고, 약초 등의 식물들을 내어주면서도 토지이용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떨어져 생산성이 낮은 땅으로 인식되었으나 사실상 제주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동백꽃이 없는 동백동산에 이렇게 자주 오르는 이유는, 위에 사진처럼 나무만으로 가득한 한가로운 숲길을 나 혼자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스크를 빼고 숲길을 마음껏 걸었다. 마주오는 사람이 생기면 얼른 마스크를 끼고, 지나가면 마스크를 벗으며,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폐 가득 담아왔던 미세먼지 쏟아내고 깨끗하고 맑은 공기 잔뜩 채워왔다. 제주도가 바다만 좋은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내가 제주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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