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으로 추어탕 먹은 이야기 - 나이이쓰~!
내가 전생이라고 표현하는 내가 어릴 적에는 그렇게도 가리는 음식이 많았다.
고기도 못 먹었고, 우유도 못먹었고, 콩도, 두부도 안 먹던...
비위는 또 얼마나 약했던지, 처음 보는 음식은 입에 넣기도 전에 그렇~게 우엑거리더니...
음... 그런 때가 있었지.
하여간 이제는 너무 잘 먹어 탈이지만 여전히 미지의 음식 추. 어. 탕.
뭔가 굉장히... 전문적인 고기 러버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이름이고,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음식이었어서
남편도, 어머님도, 친정 부모님도 좋아하시지만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었다.
경상도 분들이 좋아하시는 산초가루... 추어탕도 무서운데 산초가루 타서 먹으면 맛있다는 어머님의 설명에 추어탕 가게만 봐도 '못쓸 놈'으로 보였었는데....
결국 오늘이 추어탕, 그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첫날이 되고야 말았다. 두둥~!
나는 나를 믿었다.
나는 전생의 그녀가 아니다. 일단 무게가 다르잖아!!
12시 반 도착.
남편이 건물 앞에 나를 던지며 대기표를 뽑아 놓으라 했다.
요새는 줄 안 서서 밥 먹기 힘드네...
대기표를 뽑아 들고 앞장서는 어머님 뒤를 졸졸 따라가니 대기실이 나오는데... 크다...
여기 되게 크구나...
우리 민족의 자랑 식후 '커피자판기'도 있는데 실내에서 먹으면 혼난다. 아직은 당연히~
실내에서 자꾸 먹으면 커피자판기의 가동을 '다시' 멈춰야 한다 하니 우리 모두 말을 잘 듣자.
'위드 코로나'는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니까~!
가격이 비싼 집도 아니네?
일단 유명 맛집은 기본부터!
상황 추어탕 3개 주문이요~
아! 나 뇟쇠그릇에 반찬 나오는 거 너무 좋더라!!
반찬이 정갈하고 깔끔할 뿐 아니라 진짜 다 맛있다.
마늘과 매운 고추가 따로 준비되어 있다. 추어탕과 한 팀이라는 산초가루와 들깻가루도 있다.
추어탕을 기다리는데 옆에 메뉴가 또 있다.
나 6번 테이블에 앉았었구나. ㅋㅋㅋ
택배도 가능하다네~
뚝배기가 나오고 첫 느낌은 "에게?"였는데 여기에 산초가루 조금, 들깻가루 왕창, 마늘, 고추에 부추까지 넣으니 자꾸 양이 늘어났다. 밥뚜껑을 열었더니 밥이 노랗다. 강황밥이란다.
밥을 조금 떠먹어 봤는데 색깔만 노랄 뿐 딱히 강황 맛이 나고 그런 건 아니다.
강황이 건강에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기쁜 마음으로 추어탕에 밥을 가득 말았다.
그러고 보니 뚝배기가 딱 맞게 떨어졌다.
아~ 계획이 다 있으셨군요~
나는 입맛이 매운맛과 짠맛만 구별하나 싶을 정도로 뭐든 매우면 맛이 있고, 짜면 맛이 없다.
이 집은 안 짜지만 싱겁지 않고, 고추를 내맘데로~~~~ 꺄웅~! 매운 고추 2스푼 넣으니 딱 적당한 감칠맛.
추어탕 좋아!!!
남편은 그게 경상도 식이라 하는데, 경상도 사람들이 부추를 유독 좋아한다고 한다. (부산출신 남편의 의견입니다.)
추어탕에 부추를 듬뿍 넣고 싶으면 근처에 있는 자율 반찬 배식대에 가면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깔끔한 부추가 준비되어있다. 산처럼 쌓아서 가져와 추어탕에 넣어 먹었는데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음식도 빨리 나와서 가게 안을 다 둘러보지도 못해서 나오면서 보니 추어탕집에 단팥빵을 팔더라. 왜지?
나는 빵을 사는 건 굉장히 좋아하는데 먹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ㅋㅋㅋ
그리고 일단 감칠맛의 추어탕을 너무 맛깔지게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 길이라 사지는 않았다.
그런데 빵이 굉장히 맛있어 보이기는 했다.
식당이 워낙 커서 그런지 회전율이 빨라서 대기순서가 좀 밀려 있더라고 기다릴만했다.
아니, 오래 기다리더라도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사진을 보니 생각났는데, 원래 우리 차례가 2층이었다.
어머님이 계단을 보시고 당황하시자 직원분이 엄청 친절한 말투는 아니었지만, ㅋㅋㅋ 친절한 태도로 조금 기다렸다가 아래층 자리에 앉도록 해주셨다. 너무 바쁘니까 손님 하나하나 살갑게 대하지는 않으셨지만 꽤나 한 사람 한사람, 신경 쓰고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건... 그냥 보면 보인다.
동네 하나가 추어탕집이다. 본관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별관이 나온다.
온 길이 '청담 추어정' 주차장이다.
https://dianfnb.com/
내 인생의 첫 추어탕이었던 '청담추어정' 추어탕은 엄청 맛있었다.
집에 오면서 "엄마, 우리 추어탕 먹으러 가자~"라고 문자했다.
남편이 엄마 아빠 모시고 가자는 걸 대답도 안 했었는데 ㅎㅎㅎ
자꾸 먹을 줄 아는 음식이 늘어난다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면서 상당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요즘은 큰 사이즈 옷들도 이쁜 게 많기는 하더라... 만...
걱정스럽지만 맛있는 걸 먹는 일은 항상 즐겁다.
분명 며칠 안에 또 갈 거다. 엄마 아빠랑 ㅋㅋㅋ
아! 영업시간!
휴일은 따로 없고, 매일
아침 10시~ 9시 30분까지.
마지막 주문은 9시까지다.
협찬을 꿈꾸기는 하지만 아직은...
제 돈주고 제가 사먹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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