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조차 몰라서 막막했던 때가 있었다. 여전히 나와 다른 종류의 유방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어려운 전문 용어도 잘 모른다. 하지만 혹시 나처럼 너무 놀란 마음에 어디에 무엇을 물어야 할지조차 몰라 막막한 사람들에게 병원에 가기 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모든 치료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1차 병원 진단
1차 진단
1차 병원이란 30병상 미만의 동네 의원이나 집 앞 내과등 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병원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종합검진 시 유방 X선 촬영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이때 좀 더 자세한 진단을 위해 초음파 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두 가지 검사를 통해 유방암이 의심되면 조직 검사를 하게 된다.
조직검사
대부분 마취를 하고 시작한다. 조금 두꺼운 주사라고 착각할 수 있다. 바늘을 의심부분까지 밀어 넣은 후에 빵! 소리를 낸다. 조직을 긁어오는 소리 같다. 내 경우에는 빵! 소리를 세 번 정도 들었다. 암 조직이 한 덩어리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떼어낸 조직을 녹십자에 보내 결과를 듣기까지 약 1주일의 시간이 걸린다.
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확인되면 검사한 병원에서 연계병원으로 전원 절차를 밟아 주는 경우가 많다. 큰 병원으로 빠른 전원을 원한다면 유방암 의심 소견을 받았을 때 큰 병원과 연계 되어있는 유방외과에 가서 검사하기를 추천한다. 개인이 종합 병원에 예약을 하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 이때 일단 예약을 해 두고 매일 전화해서 혹시 취소분이 있는지 확인해서 약속을 앞당겨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인의 경우 조직검사 날짜를 잡자마자 자신이 원하는 대학병원에 예약부터 넣어서 시간을 절약하기도 했다.
2차 혹은 3차 병원으로 전원
우리가 종합병원이라고 부르는 곳을 2차 병원 혹은 3차 병원이라고하며, 그 규모에 따라 2차와 3차 병원으로 구분된다.
첫 진료
1차 병원에서 받은 조직검사 결과 영상과 필름 등을 등록하고, 담당의와 상담을 받으면 등록된 조직 검사 결과를 가지고 유방암 진단을 한다. "당신은 유방암이 확실합니다."라는 진단을 받는 것이다. 이제부터 검사를 통해 암의 병기와 전이 여부등을 검사한다. 운이 좋아 패스트 트랙 예약이 된 경우라면 하루에 첫 진료와 검사를 모두 진행해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산정특례 선정
첫 진료를 끝내고 나오면 문자로 산정특례자 선정 문자를 받게 된다. 이제부터 하는 모든 유방암 관련 치료와 검사는 우리가 그동안 낸 국민건강 보험에서 95%를 지불하고 우리는 5%만 내고 검사 및 치료를 할 수 있다.
검사
하룻밤정도 금식하고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전산화 단층촬영술(CT), PET, 뼈 스캔 등의 검사를 하게 된다.
두 번째 진료, 진단
첫 진료에서는 담당의도 나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1차 병원에서 말한 소견 외에 알 수가 없다. 두번째 진료 때는 검사 결과를 가지고 암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치료할지에 관해 상담하게 된다.
유방암의 종류와 병기의 구분
유방암의 종류
호르몬 양성 유방암
여성 호르몬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단백질이 결합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를 발한하는 암.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경우 수술 이후 5년~ 10년 간 호르몬 제어를 위한 투약이나 주사등의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HER2 양성 유방암
HER2는 정상적인 세포에도 근소하게 존재해 세포의 증식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직이나, 과잉 활성화되어 유방암으로 발현하는 경우.
삼중 음성 유방암
성 호르몬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과 HER2 모두 갖고 있지 않는 유방암
림프절 전이
유방 안에서 유방암이 자라다가 온몸으로 연결되어 있는 림프절을 타고 암세포가 이동한다. 림프절 전이란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되기 전에 겨드랑이 부분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는 것을 의미한다. 림프절 전이가 되면 2.5기 이상으로 구분한다. 림프절 전이인 경우에 수술 후 재활과 생활에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유방암 병기 구분
0기 :
비침윤성 유방암(상피내암)
1기 :
암 크기 2cm 이하,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 없음
2기 초반 :
- 1) 암 크기 2cm 이하, 림프절 전이 1~3개 (움직이는 림프절)
- 2) 암 크기 2cm-5cm 사이, 림프절 전이 없음
- 3) 암 크기 2cm 이하, 미세 내유림프절 전이
2기 중반 :
- 1) 암 크기 2cm-5cm, 림프절 전이 1~3개 (움직이는 림프절)
- 2) 암 크기 5cm 초과, 림프절 전이 없음
- 3) 암 크기 2cm-5cm 사이, 미세 내유림프절 전이
3기 초반 :
- 1) 암 크기 5cm 초과, 림프절 전이 1~3개 사이
- 2) 암 크기 5cm초과, 미세 내유림프절 전이
- 3) 암 크기 관계없이 림프절 전이 4~9개 사이
- 4) 암 크기 관계없이 림프절 전이가 서로 뭉쳐져 움직이지 않는 경우
- 5) 암 크기 관계없이 임상적으로 분명한 내유림프절 전이
3기 중반 :
- 1) 암이 늑골간 근육 등의 가슴근육까지 침범
- 2) 암의 침범으로 유방 피부에 궤양, 부종, 여러 개의 암 결절 생김
- 3) 염증성 유방암
3기 후반 :
- 1) 암 크기 관계없이 림프절 전이 10개 이상
- 2) 암 크기 관계없이 림프절 전이 1개 이상 및 분명한 내유림프절 전이
- 3) 암 크기 관계없이 림프절 전이 4개 이상 및 미세 내유림프절 전이
- 4) 쇄골하부 혹은 쇄골상부 림프절 전이
4기 :
- 암이 크기에 관계없이 전신 장기 (뼈, 폐, 간, 뇌 등)에 퍼져 있음
<병기진단이 가능한 사이트>
https://www.kbcs.or.kr/sub12/sub03_2.html
치료시작
치료과정에는 항암, 수술, 방사선이 있다. 이 순서는 본인의 암의 종류와 병기, 그리고 의료진의 선택에 의해 모두 달라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1군데 이상의 병원에 가서 의료진과 상담해 본 후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가까운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항암
항암화학요법
모두들 상상하는 데로 항암은 힘들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여러 번 있지만 가족들을 보며 참아내게 된다. 예전에 비해 증상별로 진통제가 잘 준비되어 있으니 참지 말고 담당의에게 이야기하면 진통제와 함께 잘 견뎌낼 수 있다.
선항암 : 진단 시 유방암의 크기가 너무 커서 절제 부위가 커질 경우, 항암을 통해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하려는 때 진행된다. HER2나 삼중 음성 유방암의 경우에 항암으로 인한 암의 크기 감소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호르몬 양성 유방암이었던 내 경우에도 4.7cm로 진단되었던 유방암이 2번의 항암 치료 후에 2.5cm로 크기가 확연히 줄어들기도 했다. 선항암의 경우 머리카락은 지킬 수 없다.
보조항암 : 정확한 병기는 수술 시 검체를 채취한 후에 암의 병기를 파악하게 된다. 선항암이 없었던 2기 이상의 경우에 보조항암 치료가 시행되며, 재발 감소로 생존율을 높이고자 하는 치료다.
수술
부분절제 : 암세포가 닿은 곳은 모두 잘라내야 한다. 그래서 되도록 최소한의 절제를 하기 위해 항암을 통해 암의 크기를 줄인다. 절제 부위가 작을수록 회복도 빠르고 간단하다. 절제 부위가 크기가 커지면 보형물을 넣기도 한다.
전절제 : 암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하나가 아니고 2개 혹은 여러 개가 퍼져있는 경우에 어쩔 수 없이 전절제를 택한다. 가슴 피부를 남겨두고 가슴 안쪽을 모두 도려낸다. 위치에 따라 유두를 잃을 수도 있으나, 요즘은 이 또한 성형술로 복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술의 종류 :
- 보형물 복원 : 실리콘 등의 보형물을 잘라낸 가슴의 크기에 맞춰 넣어 준다. 안에서 터져도 흐르지 않는 재질로 흔히 상상하는 불안한 수술은 아니다. 10년에 한 번 정도 보형물을 교체해 주어야 한다. 이때 수술은 처음 수술과는 달리 간단한 시술 정도라고 한다. 수술시간은 1시간 반~2시간 정도이다.
- 복부재건술 : 흔히들 배의 지방을 빼서 가슴에 넣어주는 수술이라고 알고 있다. 배의 지방이 아니라 지방을 포함한 뱃살과 근육을 잘라서 가슴에 넣어주고, 같이 따라오는 혈관을 가슴 안에 있는 혈관과 연결해 준 후에 약 3일~ 1주일 정도 지켜보면서 옮겨간 근육이 잘 살아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배에 가로로 아주 긴 수술 자국이 생기며, 수술 시간은 8~10시간, 입원 기간은 1주일 이상이다. 예전과 달리 의술이 발달해 근육이 살아나지 못하고 괴사 하는 부작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런 위험은 존재하고 있다. 부작용 발생 시 재수술해야 한다.
복부복원을 한 탓에 긴 입원과 1달이 넘는 오랜 회복기간으로 지친 나에게, 보형물 복원술을 하고 첫겨울을 맞이한 친구가 겨울이 되니 실리콘이 차가워져서 가슴이 시리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실인지 농담인지 모르겠으니 의료진과 잘 상의해서 결정하기 바란다. 몸에 난 상처나 긴 회복기간 때문에 너무 쉽게 복부복원을 선택한 걸 후회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잘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절대로 쉬운 수술은 아니다.
보형물 복원과 복부 재건술 모두 산정특례에 해당되지 않아 성형수술비가 입원비 포함 약 천만 원 정도 나온다.
방사선
CT기처럼 생긴 기계에 누워 2~5분 정도의 시간 동안 내 몸 위를 떠서 지나가는 기계를 참아내기만 하면 된다. 대부분 3주 이상이며, 월~금까지 정해진 시간에 가게 된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추천하는 이유다. 방사선 치료 시 피부가 점점 까맣게 변해가는 걸 볼 수 있는데 얼굴을 가려보려 했지만 이 방사선이라는 것이 어차피 옷 위를 뚫고 들어오는거라 모자로 슬쩍 얼굴을 가려봐야 소용이 없다. 다행히 얼굴이 크게 타지는 않은 것 같다.
방사선 치료시 무기력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나 또한 여러 번 집에 오는 길에 거의 실려오다시피 한 날들이 여러날이다. 방사선 부작용중에 여러가지 현상들이 있으니 미리 알고 대처하면 좋을 것 같다.
치료 후
가슴 안을 도려내면서 신경을 다 끊어버린다고 한다. 팔뚝이 불에 타는 것 같다던지, 발등이 동상 걸린 것 같다던지 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신경이 끊어져서인지, 아니면 긴 마취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어디 한 곳 내 몸 중 예전과 같은 곳은 없다. 8차 선항암과 10시간의 복부재건 수술을 마치고, 16회의 방사선까지 암치료 3종 세트를 모두 통과한 나는 가슴과 배에 난 칼자국과 항암시 삽입했던 케모포트 자국까지 온몸에 난 칼자국 위로 방사선 치료 후유증인 검게 그을린 피부까지 갖게 되었다. 1년쯤 지나면 제 색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림프절 전이가 있었던지라 매일 아침과 밤에 림프절 마사지를 해야 하고, 뜨거운 탕 목욕이나 온천등, 그러니까 혈액순환이 잘되면 림프부종이라는 팔이 퉁퉁 부어오르는 질환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이었던 나는 모든 치료가 끝나고 매일 여성 호르몬 분비 방지를 위한 약을 먹고, 한 달에 한번 난자 생성을 방지하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 지금은 이 약들의 부작용인 불면증, 신경통과, 예민해진 성격에 적응해 가고 있다.
유방암 종류와 병기에 따라 천차 만별의 치료법이 있겠지만 대략 내가 경험한 유방암 치료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다. 4월에 발병해서 5월 4일 첫 항암을 시작으로 12월 30날 마지막 방사선 치료까지 긴 시간이었고, 힘든 일도 많았고, 고통 때문에 울기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한국의 의학은 엄청나게 발달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 담당의가 처음에 해준말이 우리나라에 유방암환자 수는 너무 많고, 그래서 제일 발달한 치료방법이 유방암 치료라고 말해주었다. 병원과 의료진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그리고 내 의료진을 믿고 따라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방암 관련 카페 가입이 긴 투병생활에 큰 힘이 되었다는 것도 꼭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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