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친구의 이야기인 척, 유방암 진단과정에서 꼭 소개해주고 싶은 병원이 있어서 작성했던 포스팅에서 유방암 진단에 관해 짧게 얘기했는데 사실 그건 내 이야기였고, 함께 간 친구는 사실 내 남편이었다. 그때까지는 내가 암 환자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암과는 생소한 사이였고, 지금은 아주, 제대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 평생을 함께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 암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나면 얼마나 생각이 많아지고 궁금한 게 많이 생기고, 그런데 또 걱정할까 봐 섣불리 주변 사람들에게 의논하지 못하는 그 마음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혹시 처음 "유방암입니다."라거나, "조직검사 해봅시다."라는 말을 들어서 지금 머릿속이 어지럽고 뭘 알아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지난 10개월을 정리해 본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의학적 지식도 없다. 그냥 내가 경험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치료 과정과 기간등을 정리해 보았다.
유방암
암이란?
일단 '암'이란, 신체 세포가 스스로 분열과 성장을 하고 사멸하는 과정에서, 유전적 요인이나 후천적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변이를 일으켜 과다하게 증식한 덩어리들 가운데, 천천히 성장하며 다른 부위로의 전이가 없는 '양성 종양'과, 빠른 성장과 주위 조직이나 다른 신체 부위로 퍼져 나가서 진행 정도에 따라 생명까지 위협하는 '악성 종양'이 있다. 이 중, '악성 종양'을 일컬어 암이라고 한다.
유방암이란?
생명을 위합할 수 있는 악성 종양이 유방에 생긴 것을 말한다. 유방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가 있고, 어떤 세포에 발생하였느냐에 따라서 유방암도 여러 가지 종류로 구분되면 이에 대한 치료 과정과 방법 등이 상이하다.
1. 유방암 진단
1) 1차병원
가슴이나 겨드랑이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가슴이 모양이 달라 보인다거나, 진물이 나온다거나, 피가 보이거나 할 때 병원을 찾는다. 혹은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가는 동네 병원이 1차 병원이다. 이 1차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의료진이 유방암을 의심하면 조직 검사를 한다. 내 경우에는 건강검진 시 유방암 의심 소견을 듣고 따로 영상의학과를 찾았다.
영상의학과에서 초음파로 판독 후 유방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한다. 조직검사 후에 검사 결과를 녹십자에서 판독하여 결과를 알려준다. 약 1주일 정도 걸린다. 유방암 판정을 받으면 스스로 우리가 개인종합병원이라고 말하는 2차 병원이나, 대학병원이라고 말하는 3차 병원에 예약을 잡거나, 검사한 병원에서 연계병원으로 검사와 진료 예약을 잡아준다. 1차 병원에서 챙겨주는 각종 제출 자료들을 받아 들고 큰 병원으로 넘어간다.
2) 2, 3차 병원
2차 병원 : 개인종합병원
2차 병원의 장점은 아무래도 접근성이 조금 쉬운 편이다. 예약이 비교적 수월하고, 빠른 시간 안에 의료진을 만나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3차 병원 : 대학병원
2차 병원에 비해 예약은 어렵지만 타과와의 연계가 가능해서 진료를 시작하기만 한다면 심적으로 불안감이 좀 덜하다. 내 경우에 이미 한 병원에서 7명의 전문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암의 종류와 기수에 따라 물론 많은 것이 달라지지만, 암 치료라는 게 그냥 수술하고 집에 가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3) 검사
녹십자에서 검증해 준 내 자료들을 확인한 유방외과 의사 선생님이 검사를 지시하면 검사 일정을 받고 온몸을 다 검사한다. MRI와 각종 CT, 피검사와 초음파, 각종 X-레이 검사등이 하루에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기수가 2기 이상이라면 패스트 트랙으로 검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패스트 트랙이란?
보통 의사와 첫 면담 후에 검사 지시를 받고, 검사 일정을 잡아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담당 의사를 만나 치료 방향을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빠르게 일주일씩만 잡아도 최소 3주가 걸린다. 하지만 패스트 트랙은 일단 약속을 잡을 때, 첫 진료와 검사 일정을 같은 날이나 2~3일로 나누어 잡아 빠르면 2주 안에 빠르게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2주나 3주 안에 검사 후 결과까지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그런 결과는 기대하면 안 된다.
4) 두 번째 진료
패스트 트랙을 통해 1주일 만의 두 번째 만남이든, 몇 주 만의 두 번째 만남이든, 하여간 검사 결과를 가지고 두번째 만나면 이때 내 담당 의사 선생님은 할 말이 좀 생긴다. 전이가 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암의 크기는 어떤지, 위치는 어디인지, 혹은 몇 개의 암 덩어리가 있는지 등의 자세한 결과를 알고 난 의사 선생님이 치료 방향을 잡아준다. 이때 드라마처럼 몇 기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데 암의 기수를 수술 때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수술이 끝나고 다른 과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2. 유방암 치료
내 경우에는 나에게 이런저런 사진을 보여주시며 설명해 주셨지만 하나도 못 알아 들었다. 말도 어렵고,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긴장되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래서 "전절제 후 동시복원"만 적어서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저 의료진이 시키는 데로, 오라는 데로, 하라는 데로 했다.
1) 항암
항암도 종류가 많다. 수술 전에 선항암을 하는 경우도 있고, 수술 후에 항암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약을 먹는 경우도 있고, 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다. 앉아서 한 시간 이내로 맞는 병원도 있고, 침대에 누워 맞는 병원도 있으며, 이박 삼일 입원해서 맞는 병원도 있다. 병원마다, 의료진마다, 그리고 내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내 경우에는 선항암을 했다. 선항암을 하는 주된 이유는 암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암의 크기를 줄이면 절제 부위가 작아지고, 그러면 몸에 무리도 훨씬 적게 간다. 나는 실제로 4.7cm였던 암이 선항암 2차 후에 반으로 그 크기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전절제'를 '부분절제'로 줄여보려 했으나 암 덩어리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였고, 이 여러 개의 암 덩어리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서 나는 결국 '전절제 후 동시복원'을 바꾸지는 못했다.
항암의 주기나 방법 등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상황과 의료진에 따라 아주 다르다. 하지만 너무 정보가 없는 상태라면 대략이라고 참고할 수 있도록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2.5기'였던 내 경우를 공유해 본다.
- 항암 수 : 8번
- 항암 주기 : 3주
- 1~4차 항암 : 암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항암.
- 5~8차 항암 :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한 항암.
- 케모포트 : 항암 주사는 너무 독해서, 팔의 혈관이 8번의 항암을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에, 쇠골아래 정맥과 연결하여 관을 하나 심어준다. 케모포트 시술 이후 항암 주사는 이곳에 투약한다.
- 항암 부작용 : 탈모, 구토, 근육통, 몸살, 신경통, 발진, 설사, 변비, 구내염, 무기력증, 우울증 기타 등등.
2) 수술
마지막 항암 후 3주가 지나는 시점에 수술을 한다. 동시복원이었기 때문에 성형외과 의사 선생님과 날짜를 맞춰야 해서 항암 2차 후 즈음에 수술 날짜는 미리 잡았다. 수술에 대해, 여자라서 가장 궁금한 부분들이 있다. 생리일과 겹치면 어쩌나, 못 움직이는 동안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면 어쩌나 등등 말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생리를 하거나, 화장실 볼일이 급해지면 가장 힘든 건 의료진이기 때문에, 약도 주고, 관장도 하고, 다 알아서 해준다.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나중에 수술 후기도 자세히, 아주 자세히 올릴 예정이다.
미복원
수술 후에 복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특히 부분절제의 경우에는 절제 크기에 따라 복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복원의 장점은 비용이 안 든다는 것과 수술 후 빠른 회복이다. 미용 이외의 단점으로는 몸의 발란스가 무너지는 것을 들 수 있다. 몸의 무게 중심이 달라지니 어깨가 아프로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길게 보면 좋은 방법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시복원
보형물 복원
암세포와 그 주위 살들을 제거한 만큼 실리콘이나 기타 인체에 무해한 재료로 채워 넣는 것을 말한다. 장점으로는 빠른 회복이 있고, 단점으로는 이물감과 10년마다 보형물을 교체해줘야 한다는 것이 있다.
넘쳐나는 뱃살을 잘라 암세포와 함께 잘라낸 가슴에 채워 넣는 것을 말한다. 장점으로는 이물감이 비교적 덜하고, 수술 이후에 평생 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긴 회복기간을 들 수 있다. 미복원과 보형물 복원에 비해 회복기간이 많이 길다.
3) 방사선 치료
수술 시에 그 자리에서 암세포를 잘라 다시 검사하는데 그때의 결과에 따라서 방사선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나도 어떤 기준인지 정확히는 모르고 수술 후에 결정된다는 것만 알고 있다. 이것도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하여간 CT실 같은 곳에 누워서 기계가 잠시 나와 마주 보고 나면 끝난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는 대부분 최소 15회 이상이고, 주중 5일을 매일 해야 한다. 그래서 병원과의 거리가 꽤나 중요하다.
3. 치료 이후
림프 부종
'유방암 2.5기'란 '림프절 전이'가 된 상태를 말하는데, '유방암 2.5기' 환자는 수술 후에도 평생 스트레칭을 통해 팔을 풀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팔이 굳어서 안 올라간다. 온천이나 목욕탕에 가서 혈액 순환이 너무 활발해지면 림프절을 잘라낸 팔에 '림프 부종'이 생기는데 핏줄이 다 보이도록 팔이 부어오르는 것이다. 치료하는데 6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이 '림프부종'을 평생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무거운 걸 들어도 안되고, 무리해서 팔을 써도 안된다.
항호르몬제 복용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항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심한 경우 4주마다 주사를 통해 난자 생성을 막아주는 시술까지 필수이다.
자궁내막 체크
항호르몬제를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 경우에는 자궁내막이 두꺼워지거나 자궁암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6개월마다 산부인과를 방문해서 자궁내막 두께를 체크해줘야 한다.
칼슘제 복용
항호르몬제를 복용하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칼슘제를 복용해 주어야 하고, 햇볕에 많이 노출되어야 하고, 많이 걸어야 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이 세 가지는 필수로 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나랑은 다른 종류의 유방암일 수도 있고, 다른 기수일 수도 있어서 나와는 치료 방법이 많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환자들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다른 병원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조금 알고 나면 내 상담 때 물어볼 수도 있고, 건의할 수도 있고, 요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너무 모르던 때에는, 얼른 수술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경우에는 항암만 6개월을 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고, 모르고 사는 게 가장 좋은 정보들이지만, 내가 너무 막막했어서 대략 예측이라도 해보길 바라고 치료 순서만 나열해 봤다. 치료과정과 비용, 그리고 보조금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은 포스팅을 하나씩 늘려나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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