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라 주인이 골라놓은 회를 먹는 곳. '풍어회센터'
영업시간 4:30~ 9:30
*재료 소진시 가게 영업시간은 유동적입니다.*
몇 년 전부터 남편이 방어회 타령을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라서 생선에는 민감하고 회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또 먹자 하면 요새 파는 방어회들이 진짜 특방어가 없다고, 다들 중방어뿐이라고 안 먹는다.
내가 전에도 말했다시피, 음식을 '짠것은 싫고 매운 건 좋다.'로 단순 명료하게 구분하는 나는 회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크게 구분을 해 먹는 편은 아니다. 그 와중에 방어 크기까지야...
어쨌거나 그렇게 몇 년간 먹고 싶다던 특방어를 판다는 곳을 찾아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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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오픈인줄 알고 갔다. 5시 반이면 이미 줄을 선다길래 줄 서기 싫어서 4시 20분쯤 도착했다. 이름을 써놓고 근처 마트 가서 장이라도 보고 오려고 했는데 어머나! 5시 오픈이 아니라 4시 반 오픈이라길래 그냥 사진 찍으면서 기다렸다. 안에 들어가서 기다려도 되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셨다. 준비하는 시간까지 치고 들어오려는 손님이 싫으셨을 거다. 죄송합니다. 그냥... 신나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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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첫손님. 남편은 뭔가 원하던 방어를 너무 오래간만에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흥분한 상태로 횟집 안을 서성이며 사진을 찍는다. 살짝 창피하지만... 적어도 다른 손님은 아직 없으니 내버려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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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서성거리며 사진을 찍는동안 직원이 다가와서 테이블 옆 창문에 적힌 글을 읽어달라고 했다. 아하~ 시간제한이 있구나... 50넘은 부부가 마주 앉아 뭐 그리 알콩달콩 할 말이 많겠는가. 밥 먹을 때도 각자 유튜브 보는걸.
알았다고 하고 큰접시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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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방어횟집이 아니고 '제철 자연산 활어횟집'이다. 아우.... 이름만 들어도 뿌듯하고 맛이 있을 수밖에.
거의 제주 반대편인 모슬포항에서 나는 특대방어라 하니 남편이 방어회와 참치회에 대해 신나게 설명한다. 어째 회중에서도 가장 기름진 걸 좋아하시는지. 그렇게 맛있다는 특방어 먹을 생각에 사실은 나도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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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기다릴 필요없이 한번에 우르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횟집 좋아한다. 반찬으로 배 채우는 집 말고, 회를 시키면 회만 배부르게 주는 집. 방어 때깔도 훌륭하고, 두께가 예술이다. 햄버거인 줄. 구석에 누가 봐도 초밥을 만들어 먹으라고 준비해준 밥 덩어리 12개가 보인다. 이렇게 귀한 회 먹으면서 밥은 뭐하러 주시는지... 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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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방어 큰 접시 하나에 초밥용 밥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배추지리가 나오는 메뉴 가격이 4만 원이다. 처음에는 왠지 어렵게 먹는 특방어이다보니 최대한 그 자체로 먹고 싶어서 회만 집어 먹었는데 이렇게도 먹어보고, 저렇게 먹어보니, 이 방어는 굉장히 고소하게 기름져서 (느끼한 기름이 아니고 아주 맛깔스러운 ㅋㅋㅋ) 김에 싸 먹는 것도 맛있지만, 그보다 진짜 밥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돌김에 방어회와 밥을 조금 얹어 먹는 것도 맛있고, 깻잎 위에 초밥용 밥을 반만 잘라 올리고 방어회를 올려 먹는 것도 너무너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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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지고 두툼한 특방어특유의 감칠맛이 밥이랑 진짜 잘 어울린다. 두툼해서 씹는 맛도 있는데 그 와중에 입에서 녹는 맛... 스읍~ 민망하다 이제 들어온 지 20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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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지도 않게 당연히 회 추가. 회를 얇게 포를 떠서 주는게 아니라 듬성듬성 썰어서 준다. 이집 회 잘하네~
여보 시간 좀 끌어봐... 이렇게 30분만에 회를 원샷때리고 나갈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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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추가할 즈음에 주문해 놓은 '배추지리'가 나왔다. 매운맛이 없는 국물이라 나는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지만 원래 매운탕보다는 지리를 좋아하는 남편은 '배추지리'마져도 원샷각이었다. 시간끌어, 시간끌어~ 뒤에 사람이 기다렸으면 불편했겠지만 오늘따라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너무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나가기가 민망해서 속도 조절을 좀 했다. 속도 조절은 '배추지리'만 가능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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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시간끌며 먹었지만 1시간 30분의 시간제한에도 불구하고, 50분만에 특방어회 큰접시, 회추가, 배추지리, 소주한병, 콜라한병을 50분만에 모두 끝내고, 56,000원을 내고, 기분좋게 부른 배와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을 나왔다. 나올 때쯤엔 식당 앞에 몇몇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는 게 보였다.
처음 먹어본 특방어였는데 아주 혀에 착착 감기는 맛이었다. 제철에 맞춰 각종 활어회를 적당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횟집을 찾아서 참 좋다. 이렇게 싱싱하고 두텁게 썰어주는 특방어는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으니 겨울에 제주도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보면 좋겠다.
주차는 그냥 동네 길에 주차한다. 식당 일하시는 분에게 물어보니 상관없다고도 하시고, 나말고도 이미 너무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으니 별로 불안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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